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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URI [: 백년만년 우리 도서관]




도서관 사서를 모집합니다.




 도서관 입구에 붙여 있는 벽보를 보아하니, 지난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도서관 사서를 모집하겠다고, 이 학교 저 학교 돌아다닌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6명의 도서관 사서꼬맹이를 둬서 도서관을 굴리고 있다니, 기분이 묘하다. 사실 내가 한 사서일이라곤, 대학교 때 도서관 행정조교로 책 관리한 것이 전부였다. 즉. 전문 사서를 해 본적이 없었는데, 때문에 운영 초기에는 인터넷을 찾아 어떻게 도서관을 운영해야 할지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도서관을 운영하는 블로그를 찾아, 노하루를 여쭤보거나, 도서관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는 피스콥 친구들의 조언과 정보교류를 통해 이 곳만의 도서관을 만들어갔다. 그렇게 죽자살자 가꿔온 도서관인데, 이제 이 일을 나눌 아이들을 뽑고, 가르치면서, 같이 이 곳을 운영하다니 신기하다. 






 도서관 사서를 모집한다고 했을 때, 처음 주변의 반응 시큰둥했다. 누가 돈도 안 주는 곳에 도서관을 관리하겠다고 봉사활동을 오겠냐는 것이었다. 나 또한 그리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먹고 살기도 바쁜 이 동네에, 누가 선뜻 이 곳에 앉아서 책들을 관리하겠다고 나서겠는가. 그리고 그렇게 뽑은 사람들이 과연 책임감 있게 이 도서관을 사랑해줄 것인가. 몇 일하다가 여기 있는 책이나 기계들을 안 팔면 다행일 것이다. 그래서 나도 도서관이 어느 정도 자리가 잡혔을 때, 전문 사서 고용을 위해 발 벗고 뛰었다. 시간이 날 때면, 시청이나 주정부 사람들을 초대해서, 도서관을 홍보하고, 그 곳의 관계자들과 이 곳의 관리를 위해 필요한 여러가지 요구 사항 또한 관철시키려 하였다. 하지만 돌아 온 답변은 '한번 생각해 보겠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시청에서는 마을 도서관을 위해 책도 여러 권 기부하는 등, 상당한 관심을 보였으나, 사서 문제만 나오면 입을 꾹 닫았다. 아무래도 지속적으로 예산이 드는 것이니 쉽게 약속을 못하는 것이겠지.






 그러다 피스콥 단원 중 한 명이 자신의 친구가, 파라과이 현지 아이들과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친구가 운영하는 도서관은 원래 박물관 비슷하게 사용되다가, 오래 전에 버려졌었는데, 그 걸 본 그 친구가, 마을 사람들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하기로 마음을 먹었었다고 했다. 그렇게 조성된 것이 도서관. 물론 그 친구도 영부터 시작했기에, 물품부터 시스템까지 만들어가는데 애를 먹었고, 우여곡절 끝에 지금의 도서관의 모습을 갖췄다고 말했다. 그 친구 또한  관리가 걱정이었는데, 봉사단원 신분으로는 체류 기간이 정해져 있었고, 다른 일들도 많이 있기에 계속해서 도서관 일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친구는 사서고용을 위해 주변의 정부 기관에 요청 했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었다고 했다. 하지만 주변의 교사들의 도움으로 사서 학생 봉사모임을 만들 수 있었고, 그 모임은 도서관 관리와 더불어 일정 기간 동안 꾸준히 마을을 위해 여러 봉사활동도 한다고 했다. 






 성공 사례가 있으니, 확률이 아예 없는 싸움은 아니다.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나 또한 이 번 과제가 해볼만 하다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당장 모집 광고부터 내고, 학교들을 돌아다니며, 도서관 사서 모집을 위한 협조를 부탁했다. 학교 선생님들은 잘 되면 좋지만, 과연 얼마나 모일까 잔뜩 의구심을 가졌고, 나는 안되면 내가 다 할테니, 아이들에게 말이나 잘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일 주일, 이 주일. 시간이 흘러 거짓말 같이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홍보한 것에 비해 많은 지원자가 있지 않았지만, 딱 규모에 맞는 지원자들의 아이들이 온 것이다. 나는 그들을 위해 날짜를 잡고 본격적인 사서 활동을 시작하였다. 먼저 사서로서의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사서 유니폼을 제작하여 나눠 주었다. 파란색 바탕의 검은 색 도서관이 폰트가 박혀 있는 그 티셔츠는 생각한 것과는 너무 다른 볼품없는 디자인이었지만, 생각 외로 아이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이들이 이 티셔츠를 입고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도서관에 대한 홍보로 저절로 될 것이다. 







< 도서관 사서 지원서들, 벌써 3장!!!! 감동이 이런 감동이 또 없었다 >



< 우리 도서관 유니폼, 실제 주문한 디자인은 하늘색 바탕에 하얀색 귀여운 폰트였는데... 나온 것은... 그래도 애들이 좋아하니 다행이다. >






 사서 교육 첫째 날, 아이들을 불러 놓고 도서관 이름의 URI(우리) 라는 뜻 설명과 함께, 마음맞는 이들에서 만든 도서관 이야기 동영상을 틀어 주었다. 그 동영상은 우리 도서관이 어떻게 만들어 졌으며, 무엇을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담고 있었는데, 이로 인해 도서관에 대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고, 도서관을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가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아니나 다를까 동영상을 보는 아이들의 눈빛이 진지해진다. 가끔씩 튀어 나오는 아는 얼굴에 신기해 하며 깔깔거리지만 전과 도서관을 보는 눈빛이 달라진 건 확실한 것 같다. 






 사서 교육 둘째 날, 사서로서 해야할 일에 대해서 교육했다. 책을 어떻게 정리하고, 도서관 이용자에 대해서 어떻게 안내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들에게 먼저 도서관 규칙을 인지하게 하고, 책이 어떻게 분류되어 있는지 설명해주었다. 하나하나 놓지지 않고, 들으려는 꼬맹이들의 눈에서는 비장함마저 느껴진다. 꼬맹이 중의 일부는 내 설명 중 중요하다 싶은 부분을 자신이 가져온 노트에 적기도 하였는데, 열심히 하는 모습이 대견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내가 실수할 까 긴장도 무척이나 되었다. 





사서 교육 마지막 날, 책이 파손되었을 경우 어떻게 처리하는 지와, 책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방법을 가르쳤다. 책이 찢어졌을 경우, 어떤 식으로 복구시키는지, 이미 훼손된 책들을 시범삼아 보여주고, 실습하게 하였다. 그리고 책 리스트를 같이 다시 새로 만들면서, 새로운 책이 들어왔을 때, 책 분류기호와 리스트를 작성하는 방법을 반복하여 교육하였다. 아이들은 사서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굉장히 많음에, 그리고 도서관이 운영되기 위해 나름 정교한 시스템이 있음에 많이 놀라워 하는 눈치였다. 그래도 할 수 있겠냐는 물음에는 허세에 가득차서 쉬운 일이라고 말하곤 했는데, 그 모습이 기특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우리는 매주 화요일마다 전체 사서모임을 가지기로 했다. 그리고 나머지 날에는 각각 날짜를 나눠서 도서관을 관리하기로 하였는데, 이는 좀 더 효율적인 도서관 운영을 위해서였다. 전체 모임에서 우리들은 도서관 리스트 작성 및 조정 그리고 도서관 대청소를 실시하고, 각각 나눠서 배정된 날들에는 도서관의 책을 정리하거나, 방문자들에게 도서관 이용 안내 등의 일을 담당한다는 도서관 사서 강령?을 만들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사서꼬맹이들과 함께하는 도서관이 시작된 것이다.







 사서를 모집한 지 벌써 2달이 훨씬 넘은 지금. 도서관은 생각보다 순조롭게 관리되고 있다. 처음에 애들이 관리하는 것이라, 많이 서툴고 때문에 시행착오도 꽤나 겪었지만, 부딪치면서 배우는게 더 오래 남는다고 전체 모임에서 이런 저런 의견을 나누면서 조정해가는 것이 뭔가 이제는 내가 딱히 없어도 될 것같은 분위기다. 이렇게 내년에도 다음 기수를 뽑고, 그리고 또 다음 기수가 뽑히고 이렇게 백년 만년 잘 운영되어야 할텐데. 열심히 일하는 꼬맹이 등을 보며 또 한번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도해본다. 







< 유니폼 뒤에는 엉덩이에다 떡하니! 우리들은 사서입니다!! :) 동네방네 사서 인증이다 :) >



< 도서관 사서 시간표. 각각 근무날이 적혀있다. 저기 적혀있는 인원에서 최근 두 명 더 늘었다 :) >




< 대청소 중인 꼬맹이들, 로미, 마리아, 끌라우디오, 마띠아쓰, 가브리엘, 끌렌 모두 아자아자 화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