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내 방엔 세계지도가 있었다. 나라별로 알록달록하게 나눠진 세계지도도 있었고, 등고선에 따라 색이 나눠진 좀 더 현실적인 세계지도도 있었다. 나는 세계지도 보는 것을 너무 좋아했다. 뉴스에서 나오는 나라가 어디에 붙어있는지, 그 나라엔 무엇이 있는지. 넓은 바다가 있는지 높은 산이 있는지. 장엄한 사막이 있는지 아니면 신비한 빙하가 있는지. 지도를 보는 것은 어린 나에게 신나는 탐험이었고, 또한 꿈이었다. 지도 한창을 펼쳐놓고 마치 내 세상인 것마냥 좋아하던 그 때. 친구와 지도를 앞에 놓고, 이 나라에 꼭 여행가기라, 이 나라에서 꼭 친구를 사귀어 보리라, 그리고 저 나라에서는 꼭 살아보리라 원대한 포부를 펼쳐보던 그 때. 나는 그렇게 꿈을 꾸며 살아왔다. 비롯 모든 것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히 불현 듯 들 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자라왔다.
그리고 지금, 그 때 창대하게 펼쳤던 꿈을 다 실현하진 못했지만, 차근차근 하나하나 해오며 살아가고 있다. 세계 지도를 보며, 세계를 무대로 뭔가를 해보고 싶다고 품었던 그 철없던 시절의 그 것이 조금씩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외국에서 공부도 해보고, 친구와 사막으로 배낭여행도 가보았으며, 지금은 이렇게 외국에서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 꼬맹이들도, 우리의 어느 어린 시절처럼 세계를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아보았으면 좋겠다. 자기 손바닥만한 나라들을 보며 깔깔거리고, 언젠가 커서 이 곳을 한 걸음에 돌아보겠다는 허세, 세상에 대한 강한 자신감과 긍정적인 자존감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들 중에 자신의 한 뼘만한 남미 대륙을 자전거로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여행가가, 삐까 뻔쩍한 뉴욕에서 성공한 사업가가, 아프리카 어느 극빈 마을에서 구호활동을 하는 활동가가 그리고 서울에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자고 나오는 친구가 나왔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렇게 나는 세계지도를 샀다.
< 지구본을 처음 보며 신기해 하는 아이들, 가운데 있던 남자 꼬맹이는 돌려보다 멀미가 난다고 하면서도 고집있게 지구본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 >
< 세계 지도 앞에서 이 곳 저곳 찾아 보던 아이들을 위한 기념 사진 한 방!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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