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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hormiga [: 개미와의 전쟁]



 집에 개미가 들끓었다. 뭐 개미가 이렇게 군단으로 다니는 건 하루 이틀은 아니었지만, 방에 개미 줄에 폭팔적으로 늘어나니 이건 뭐, 말 그대로 개미의 계절이다. 그들 덕분에 집에 바퀴벌레를 본 적이 여태껏 딱 2번밖에 없었다는 건 정말 감사하고 감사한 일이지만, 이 녀석들이 바퀴벌레가 없다고 내 발가락 고기까지 탐을 내니 용서할 수 없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 집 홈스테이 마마는 모든 것에 뜨랑낄로? 하다. 사실 모든 것에 뜨랑낄로하진 않고, 엄청나게 사소한 것은 불같은 남미 여자 기질이 나오지만, 진짜 신경써야 할 일엔 차코 하늘 구름 마냥 평온하다. 그에 대한 한 일화로 집에 전갈이 나온 적이 있었다. 뭐 지역 자체가 사막이니, 전갈이 나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침실까지 전갈이 침입을 해도 어느 누구하나 신경쓰지 않는다. 아니 이 사람들 여름 때 모기들어 온다고 약을 고질라로 죽일 만큼 뿌리던 사람이 맞는가? 하루는 그 전갈이 내 방까지 친히 행사하셨다. 나는 당연히 거대 바퀴벌레인 줄 알고, 빗자루를 찾겠다며 펄쩍펄쩍 뛰었고. 근데 그 팔짝임에 우리 마마가 무슨 일이라며 한 걸음에 달려왔다. 나는 이 놈의 거대바퀴벌레가 내 침실 어딘가 있다며, 구조요청을 했고 내 간절한 눈빛을 무시할 수 없었던 마마는 같이 내 방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5분? 우리는 그 거대 괴물을 생포했고, 앞에 언급했다 시피 바퀴벌레가 아닌 전갈이었다. 마마는 전갈을 보더니 김이 빠졌는지, 




- 뭐야? 전갈이잖아?




하더니 그냥 방을 슝~나갔다. 그래 바퀴벌레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일개 전갈일 뿐이잖아?하고 생각하려든 찰나, 이게 과연 일개 전갈이라고 무시할 만한 동물인가 하는 깊은 고뇌에 빠졌다. 




' 마마!!!!! 이 녀석 그냥 이렇게 놔두어도 되는 거예요??? 이걸 죽이거나? 아니면 쫓아내야지;;; 빗자루까지 들고 가면 어떻게요? '




 전갈독이라는 아찔한 단어에 이르자 잃어버린 이성, 다시 다급하게 마마를 불렀고, 마마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오더니 전갈은 그렇게 위험한 동물이 아니란다. 그리고 사이좋게 지내라는 말도 친해해주셨다.




' 전갈은 독이 있다는데? 독에 쏘이면... '




- 전갈? 독있지. 그냥 진짜 별거 아니야... 그냥 독에 쏘이면 하루만 엄청 아프면 돼. 그 것도 물 많이 마시면 금방 치유되지 약도 필요없어~




약도 필요없는게 아니라 약이 없는건 아닐까? 그 말을 듣고, 재빨리 마마 손의 빗자루를 뺏어서 집 안 곳곳에 있는 전갈 퇴치 운동을 벌인 나였다. 






여튼 본론으로 들어가서 지금 우리 집은 개미 지옥인데, 이렇게 지옥 소굴이 된 것은 물 때문이란다. 물이 워낙 귀한 동네다 보니, 우리 집에 있는 물 한방울 마시기 위해 대군을 이끌고 침략을 해오는 것이다. 특히, 요즘 같이 비가 더더욱 잘 안오는 시기에는 그 정도가 심한데, 방 바닥에 발을 대고 있으면 개미가 스물스물 발을 타고 올라온다. 그래서 개미 퇴치를 위한 전쟁을 위해 인터넷을 검색했다. 









< 드글드글한 개미 군단.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난 개미를 혐오하진 않는다. 어릴 때 본 개미와 베짱이 덕인가? >





[1] 개미들은 석유나 잉크냄새를 싫어한다.


 내 방 벽면에 있는 5개의 거대한 개미 줄. 그 들을 소탕하기 위해 입구를 파악하고 그 부분을 검은 잉크로 새까맣게 칠했다. 냄새가 심하면 심할 수록 좋다고 해서, 진짜 손에 힘을 팍팍 주면 힘껏 색칠했다. 나중에 홈스테이 마마가 이 것을 가지고 다시 페인트칠해야 겠다고 야단칠 지도 모르겠으나, 일단 살고 봐야겠다. 근데, 이 방법 생각보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칠한 입구에서는 더이상 개미들이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하지만 알 수없는 다른 구멍에서 전보다 더 많은 개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2] 개미 퇴치를 위해서는 향수나 박하를 쓰는 것이 좋다.


 박하는 여기서도 구하기 힘들고, 나 또한 박하사탕 말고는 박하를 본 적이 없기 때문에 향수를 써보기로 마음 먹었다. 여기 있으면서 향수를 자주 쓰는 편이 아니라서, 충분한 양의 향수도 있겠다. 한번 시험 삼아 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근데 막상 향수를 개미퇴치용으로 쓰자니, 내가 돈을 그냥 허공에 뿌리는 것 같아서 좀 망설여졌다. 괜히 고운누나와 형민이 얼굴도 막 떠오르고. ( 이 분들이 생일 선물이라고 친히 주신건데... ) 다시 한번 심기일전. 개미가 있는 입구에 향수를 몇 번 뿌려보았다. 근데 확실히 개미들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무리가 흩어지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여기도 저기도 몇 번씩 뿌려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뿌린 뒤ㅡ, 출근! 






 퇴근하고 다녀오니, 내 방에 개미가 마법같이 사라졌다. 더 이상 바닥에 발바닥을 대어도 개미들이 내 몸을 농락하러 올라오지 않았다. 이게 다 향수 덕인가. 난 당분간 향수 예찬론자가 될 것이다. 






 홈스테이 마마에게 향수의 좋은 점을 설파하려고 나가려는 찰나, 내 방문을 두드리고 들어오셨다. 그리고 이게 무슨 냄새냐며 묻는 그녀. 아마 아침에 뿌렸던 향수가 과했는지 아직도 냄새가 남아 있던 모양이다. 이 때다 싶어 나는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그녀는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더니, 이내 배를 잡고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다. 




- 조안, 그게 아니고 오늘 집 안에 개미가 너무 많아서, 개미약을 좀 뿌렸어. 가루로 된 거 말이야. 그거 독이 있으니 조심하라고 알려주려고 왔는데. 하하하하하하하. 봐봐 너네 방에도 내가 좀 뿌렸거든 그러니깐 조심해. 아이고 배야. 향수라니 향수라니!!!




 그녀는 그렇게 호탕하게 오랫동안 웃고는 급한 일이 떠올랐는지, 어딘 가에 급하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 루미(우리 파라과이 이모), 내 얘기 좀 들어봐. 글쎄 조안이가 오늘 무슨 일을 했냐면. 푸하하하하




아, 이로써 동네바보가 된 건가. 개미 퇴치엔 그냥 개미약이 제일 좋다.








< 우리 집 앞 풍경, 뭐가 나타나도 이상할 것이 없는 환경이지 않은가? 하하하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