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no [: 차꼬에서 아시안으로 사는 법]
마을 유일의 동양인으로서, 길을 걷노라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받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씽~하고 달려가는데, 내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보겠다고, 하는 일을 멈추고 고개까지 열심히 돌려가며 보는 파라과죠들. 어느 연예인 부럽지 않다. 하지만, 처음에는 지독스럽게도 끈질긴 이러한 관심이 굉장히 부담스러웠다. [1] 슈퍼에 가는 것도 눈치를 보았다. 내가 모르는 불특성 다수가, 슈퍼에서 무엇을 고르는지, 무엇을 사는지, 무엇에 신기해 하는지 파파라치처럼 내 동선을 쫓았던 것이다. 그들의 집착어린 관심은 어느 때는 소름끼칠 정도였는데, 이런 적도 있었다. 슈퍼에서 고심 끝에, 딸기 요구르트를 샀었던 날이었다. 기분 좋게 계산을 하고 나오는데, 동강동강 전화벨 소리가 울리는 것이 아닌가. 그 때, 내 노키아 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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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é comes, Vos? [: 동요를 배우기 시작하다]
음악 수업을 시작한 지, 벌써 석달째, 우리 아이들은 아직도 동요랩을 구사하고 있다. 음정 엉망, 박자 엉망. 절대음을 들려주어, 음감과 박자감을 키워주겠다고 야심차게 들고 왔던 전자 피아노는, 제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노래하나는 힘차게 불러서, 수업 시간에 흥은 난다. 음악 수업 시간 중, 적어도 3분의 1 정도는 음악 이론을 가르치고 있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낯설고 어렵겠지만, 추후에 음악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선 필수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계이름에서 부터, 높은 음자리표와 같은 음악 기호까지. 아이들은 처음 보는 음악 기호들을 마치 그림 보듯이 하지만, 점차 익숙해질 것이다. < 높은 음 자리표에 주목, 거의 포스트 모더니즘에 근거한 예술 수준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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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tupendo [: 룰루랄라 ]
덥고, 아주 덥고, 매우 덥고만 반복하던 파라과이에, 드디어 가을이 왔다. 뭐 가을이라고 딱히 다르진 않지만, 그래도 꼴에 가을이라고 아침에는 제법 쌀쌀하다. 어릴 때부터 나는 창문을 열어 놓고 자는 것을 좋아했다. 늦은 새벽, 창문가 으스름이 비추는 달빛에 취해 잠드는 것이 좋았고, 아침에 새 지저귀는 소리, 따스한 햇빛에 눈 비비고 일어나는 것을 사랑했다. 여기서도 나는 창문을 늘 열어놓는다. 무수한 벌레들이 몰려들어, 창문 덕지덕지 붙어 있는 것이 낭만적인 분위기와는 거리가 멀지만, 밤 늦게 비추는 달이며, 이른 새벽부터 느껴지는 햇빛의 안녕이 한국의 그 것과 똑같다. 나는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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