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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Perdis [: 도서관 난동꾼 다루기]











 한적한 월요일의 도서관. 날씨도 춥고 하니 도서관에 오는 아이들의 발걸음도 뜸하다. 예전같으면 수업 종이 울리기 무섭게 도서관으로 다다닥 달려왔을 아이들도, 집으로 집으로 종종걸음으로 가기 바쁘다. 근데 이 한적한 월요일의 도서관에 3학년 장난꾸러기 녀석들이 놀러 왔다. 




' 선생님~ 저희 왔어요! '




 우렁찬 인사로 도서관에 난입한 이들은, 도서관 규칙을 읽자마자 숫자판에 몸을 굴리기 시작했다. 3학년 제일의 장난꾸러기들 아니랄까봐, 여기로 떼구르르 저기로 떼구르르. 사람새끼인지 도마뱀새끼인지 모를 판이다. 도서관에 온 지 10분이 넘었는데, 어느 한 녀석 책 펴는 놈이 없고, 숫자판 위로 태권도니 가라데니 하기 바쁘다. 조용한 도서관이 단 3명의 난동꾼에 의해 시끄러워지자 조금씩 신경이 쓰인다. 주의도 주고, 어리기도 얼러본다. 한 녀석에게 주의를 주면, 한 녀석이. 또 다른 녀석에게 주의를 주면, 또 다른 녀석이 난리다. 숫자판 안의 모양판이 튀고,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는 것이 이대로 가다간 도서관 분위기가 순식간에 붕괴될 판이다. 점점 인내심의 한계가 오는 나. 아이들을 한꺼번에 조곤히 불렀다.




- 에쥬 (이리 오라는 뜻의 과라니어)




 Silencio조용이라든지, Estate quieto조용히 있어라는 스페인어가 씨알도 안먹히던 녀석들. 이리 오라는 이 과라니 토착어에 귀신 홀린 듯  이끌려왔다. 스페인어로는 세 네번은 더 말해야 오는 녀석들이, 한 방에 후다닥 그것도 차례대로 줄 맞춰 선 것이다. 실생활에 가족들과 자주 쓰는 언어인 만큼 더 마음에 확 닿는 까닭일까? 어찌되었는 효과가 백빵이다. 




- 이 녀석들아, 여긴 도서관이야. 도서관에서 어찌 하라고 했었지? 조용히 다른 사람 방해 안되게 책 읽어야지. 놀려면 밖으로 가서 놀아. 한 번만 더 도서관에서 소란스럽게 했다간 다시는 도서관 못 오는 수가 있어!




 진짜로 못 오게 할 생각은 없었지만, 아이들에게 이 정도의 가벼운 협박은 만국 공통으로 효과가 있나보다. 말할 때 영원히라는 단어에 힘을 줘서 이야기 했더니, 애들이 움찔하며,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듣기 시작한 것이다. 눈을 끔뻑끔뻑 거리며, Siiii네 라고 대답하는 녀석들. 그 중에 한 녀석은 이렇게까지 이야기 했다. 




' Disculpame Profe용서해줘요 선생님 '




 이 말썽꾸러기들이, 내 말을 가만히 듣고 있는 것도 놀라운데, 고개를 푹 숙이며, 평소에 듣기도 힘든 용서해달라는 말을 하다니. 영원히라는 단어가 아이들에게 그렇게 크게 와 닿았던 것일까? 가르친다는 마음으로 꺼낸 훈계이지만, 아이들이 이렇게까지 나오니 오히려 죄스럽다. 영원히는 아니고, 당분간이라고 말할껄 그랬나...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까지 들었다. 






 잔소리가 끝나자, 아이들이 이번에는 자리를 잡고 조용히 책을 잡고 읽기 시작한다. 진작에 이랬어야 했지만, 이제라도 도서관 본연의 모습을 찾은게 어딘가 싶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조그마한 입으로 책을 오물오물 읽는 아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에게 도서관을 어떻게 사랑하며 이용해야 하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려준 것 같아 마음이 뿌듯하다. 조금씩 이렇게 변해가는 것이겠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이 것이, 이 곳아이들에게 당연하지 않다지만, 이렇게까지 아이들 하나하나 알려주지 않으면 어떻게 애들이 배워갈 수 있겠는가? 방법이야 어떻게 되었듯 이렇게 하나하나 익혀가는 거지. 






 오늘 우리 도서관의 저녁은 이렇게 깊어간다.







< 이렇게 우리들은 만났다. 3명의 삼학년 난동꾼 vs 1명의 연약한 외국인 사서쌤 >




< 난동꾼 진압 후, 평화를 다시 찾은 우리 도서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