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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Pescado [: 생선, 나에겐 너무 까탈스러운 그녀]








딸끄락딸끄락




안그래도 조용한 우리 집 식사시간이 더 조용하다. 


싸워서 그렇냐고? 아니다.


다들 피곤해서 그렇냐고? 그것도 아니다.



바로 다들 생선과의 사투를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가 없는 파라과이, 그 중에서 강도 없는 차꼬에서 생선은 정말 귀한 음식재료이다. 내가 여기 생활한 지 1년정도 되어가는데, 여기서 생선이라고는 딱 2번밖에 보지 못했으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갈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서 생선이 생기면, 그 것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먹을 수 있도록 조리하게 되는데, 그래서 사용하는 방법이 바로 국으로 끓여먹는 것이다. 그러면 구워먹거나, 날로 먹는 것에 비해 많은 사람들이 생선을 배부르게 먹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 생선요리가 진짜 오랜만에 우리 집에서 나온 것이다. 어제부터 다들 기대에 부풀어 있었던 생선. 홈스테이 마마는 식사시간 2시간 전부터 이 것을 어떻게 먹을까 고민하는가 싶더니, 찜요리를 근사하게 해 놓았다. 눈 앞에 펼쳐진 영롱한 생선의 눈알 앞에 경의를 표하고, 먹기 시작하는데, 빨리 달라는 내 뱃떼기 성화가 미안하게 우걱우걱 집어넣을 수 없었다. 생선이 귀해서 먹는데 조금 눈치가 보이는 것도 있지만, 그 것보다 더 큰 이유는 생선이 정말 많은 가시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민물 고기라서 그런지, 아니면 그 종의 특성인지 큰 뼈는 둘째치고 살마다 잔뼈가 얼마나 많은지 아무 것도 없다고 마음 놓고 씹었다가 입이 다 헐뻔했다. 손톱만한 생선 살안에 뼈가 네다섯개는 들어있으니, 이거 뭐 내가 살을 먹고 있는지 뼈를 먹고 있는지 모를 판이다.






 그 것은 다른 식구들도 마찬가지라, 한 입 물기 바쁘게, 뼈들을 다시 뱉어내기 바빴는데, 그래도 그 와중에 틈틈히 Rico맛있다 Rico맛있다는 외치는거 보니, 뼈들을 발라내는 수고로움은 그들에게 아무것도 아닌거 같았다. 배는 고프고, 생선은 뼈가 너무 많아 고기가 보다, 침을 더 삼키는 나. 결국 생선을 발라내다 편두통이 온 나는 20분만에 항복 선언했다. 그 분의 몸은 귀하디 귀하여, 이 참을성없는 외국인에게 쉬이 허락할 마음이 없는게 틀림없었다.







< 우리 집 점심 식사 풍경. 이 와 중에 딸내미는 사진에 찍히기엔 너무 꾸미지 않았다며 얼굴을 가렸다.>





' 아, 고기반 뼈반이야.'




 더 먹지 않느냐고 말하는 가족들에게, 이리 말했더니 격하게 동의한다면서 크게 웃어들 재끼는 가족들. 하지만 이내 다시 두 눈 사파리 되도록 생선 뼈 발라내기 바쁜 식구들이었다. 






아, 편하게 생선 먹고 싶다. 이래선 저 귀한 생선이 그냥 그림의 떡이 아닌가. 누가 생선 뼈 발라내는 기계 좀 개발해줘.








< 보통 이렇게 식사에는 소고기가 주를 이룬다. 오늘 생선 요리를 찍고 싶었으나, 먹는데 정신이 팔려 결국 한장도 찍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