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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Casanova [: 아줌마들을 홀리는 마성의 한국인?

 * Casanova [: 난봉군(성적인 의미의)]

 

 

 

 

 

 

 

 나에게 기이한 일이 일어났다. 절대로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 같았던, 그래서 더 놀라왔던. 한편으론 섬뜩하고, 한편으론 어이가 없어 웃음만 나왔던 그 사건. 그 사건은 한달 전쯤 어스름한 새벽, 아늑하진 않지만 그래도 정붙이고 살아가는 내 방에서 일어났다.

 

 

 

 

 

 

 

 

 

 그 날, 나는 여느 때와 같이, 밤늦게까지 베토벤 바이러스와 같은 한국 드라마와, 인터넷 서핑을 하고 기절하듯이 잠이 들었다. 보통 이렇게 폭잠을 자는 날에는 늦은 시간까지 주변에서 소리를 내거나, 흔들어도 잘 일어나지 않는데 그 날은 이상하리만큼 일찍, 자연스럽게 눈커풀이 떠졌었다.

 

 

 

 

 

 

 

 

 

 

< 요즘따라 전에 있던 학교가 많이 그립나 보다. 한 껏 센치해진 새벽에는 전에 가르치던 꼬맹이들 사진들 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아... 이 녀석들도 이제 올해 6학년이 된다 :) >

 

 

 

 

 

 

 

 

 

 

 

 

 창가에서 불어오는 시리도록 서늘한 새벽 바람때문이었을까?

 

 

 

 

 

 

 

 

 

 아님, 구슬프게 울어대는 이 풀벌레 소리 때문이었을까?

 

 

 

 

 

 

 

 

 

 

 

 침대에 누워, 아직은 어두 컴컴한 방안을 올려다보며 갑자기 일찍 눈을 뜨게 된 연유를 골똘히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마땅한 이유가 떠오르지 않자 다시금 잠을 청하려고 하는데, 방안 끝에서 큰 그림자가 스멀스멀 내 쪽으로 오는 것이 아닌가.

 

 

 

 

 

 

 

 

 

 

 

 

 

천천히....

 

 

 

 

 

천천히.......

 

 

 

 

 

 

 

 

 

 그 그림자는 내 방 구석구석을 뒤지듯 조심조심 여기저기를 살펴보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곤 내 쪽으로 한발짝 한발짝 다가오기 시작했다.

 

 

 

 

 

 

 

 

 

 

도...도.......도...도둑인가?..........

 

 

 

 

 

 

 

 

 미세하게 남아있던 잠도 달아나고, 그 짧디 짧은 시간 내 머리속엔 저 그림자가...나를 해하지 않을까... 차라리 꿈이길.... 그리고 꿈이라면 빨리 깨길 바랬다.

 

 

 

 

 하지만 잔혹하게도 그 그림자는 현실이었다. 긴장을 한 모양인지, 숨소리는 다소 거칠게, 하지만 발걸음은 사뿐사뿐 나에게 배고픈 도둑고양이마냥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누....누.....누구야?!!!!!!!!!!!!!!!!!!!!!!!!'

 

 

 

 

 

 

 

 어디서 나온 용기일까. 아직 상대가 누군지도, 무엇을 위해 왔는지도 모르면서, 나는 침대를 박차고 나와 누구냐고 소리부터 빽 질렀다. 누구든, 무슨 이유든 이런 어스름한 시간에 내 방에 이렇게 슬금슬금 들어오는 녀석이라면 누구든지 적이고, 무찔러야 할 악이라고 생각하면서.... 그리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단단하지만 거대한 솜베개를 오른 손 가득 쥐었다.

 

 

 

 

 

 

 

 

 

 

 다행스럽게도 그 그림자는 내가 깨어나 있다는 사실에 꽤나 놀랐던 모양이었다. 내가 빽지른 소리에 움찔하더니 진정하라는 손짓을 보이는 것이 아닌가. 그리곤 몰래 다가오던 발걸음을 멈추더니, 그냥 지긋이 나를 내려다 보았다. (사실 이게 더 무서웠다. ) 그러더니 너무나도 태연스럽게

 

 

 

 

 

 

 

 

- 아, 미안. 잘 못 들어왔네. 여기가 아닌가보네?

 

 

 

 

 

 

 하더니, 휙 내 방을 나가버렸다. 눈 앞에 벌어진, 굉장히 긴박하고도 나를 움츠러들게 만들었던 그 그림자가 단순한 내 소리 지름에 사라져버리자, 순간 온 몸에 맥이 풀렸다. 그리고 한 편으로 지금 사태가 어떻게 돌아간 것인가,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기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그러다 연유가 어떻든 새벽 6시도 안된 이 시각에, 개인의 방을 아무런 허락도 없이, 칩입한 행위는 아무리 좋게 봐주려고 해도 봐줄수가 없는 사안이라는 판단이 섰다. 그리고 여칫하면 경찰을 부를 태세로 핸드폰을 들고, 그 그림자 뒤를 쫓았다.

 

 

 

 

 

 그 그림자는 다행히 멀리가지 못했다. 아니 멀리 가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가까이, 그리고 너무 당당한 자세로 있었다. 내가 잠옷 차림으로 방문을 열고 나오자, 떡하니 그 앞에 서 있었던 것이다.

 

 

 

 

 

 

 

 

 

 그 그림자의 주인은 50대 중반의 아줌마였다. 내 홈스테이 마마의 친구라고 소개한 그 여성은 자기가 내 마마의 방과 잠시 헷갈려서 방으로 들어오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곤 너무 미안하다곤 사과를 하는데, 그 사과가 너무나도 당당하고 고압적인 자세라, 뭐라 딱히 대꾸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일방적으로 나에게 인사를 하더니 마마를 보지도 않고 훌쩍 집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 사람이 가는 모습을 멍하게 보고 있다, 거실의 시계를 물끄러미 올려다 보니 오전 6시가 가까워왔다. 다시 잠을 청하기도 애매한 시간. 나는 방으로 들어가 책을 가지고 나와서 차를 마시며 거실 의자에 앉아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마마가 일어나 나오더니, 오늘은 왜이렇게 일찍 일어났냐며 참 별일이 이라며 호호 웃는다. 나는 오늘 새벽에 있었던 유별한 아줌마 이야기를 웃으며 마마에게 해주었다. 그러자 마마는,

 

 

 

 

 

 

 

- 조안, 그 친구는 내 친구가 맞아. 저 건너편에 살고 있는 여편네지. 벌써 알고 지낸지 한 10년은 되었어.

 

 

 

 

 

 라며 웃으면 말해주었다. 나 또한 그 아줌마에게 그렇게 들었다며, 그 아줌마가 착각해서 내 방에 들어오곤 마마를 찾았는데, 오늘 둘이 새벽부터 만나기로 했었냐며 물어보는데, 마마의 눈빛이 갑자기 진지해졌다.

 

 

 

 

 

 

 

- 그 여편네는 우리 집에 놀러온지 10년도 넘어. 그리고 내 방의 위치는 단 한번도 바꾼적이 없지. 그래서 네 방과 내 방을 착각하는 일은 일어날 수가 없어. 그리고 더군다나, 그 여편네는 의뭉스럽기 때문에 다른 꿍꿍이를 가지고 왔을꺼야. 너에게는 미안하지만, 요즘에 메노니따 사회에서 너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인데, 그 중에서 하나가 너의 연애 상대야. 심심한 사람들이니, 근거없이 여기저기 갖다붙이는 모양인데, 나를 너의 새로운 애인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군. 그리고 그 여편네는 너랑 나랑 같이 자고 있을까봐 그 것을 확인하러 온거 같아. 알다시피 내가 좀 중년치곤 날씬하잖아. 그러니 젊은 한국인 애인을 가지고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호호호호

 

 

 

 

 

 

 

 

 

 

 

< 나이에 비해 자기 관리가 철저하신 우리 마마님. 여자가 일을 하기 위해 자기 관리는 필수라고 늘 나에게 주장하신다 :) >

 

 

 

 

 

 

 

 

 

우리 엄마보다 나이가 많아도 한창은 많은 이 홈스테이 아줌마의 새로운 한국인 애인이라고라고라?????

 

 

 

내가??????? 누구의????? 뭐?????? 누구의 뭐시기?????

 

 

 

 

 

 

그리고..... 그 것을 확인하려고 가택침입을 했다고??????????????????????????????????????????????

 

 

 

 

 

 

 

 

 

 중간 중간 자기 자랑 같은 아줌마의 농담도 내 귀에는 들려오지 않았다. 그저 분노만, 황당함만, 내 머리속에는 가득했다.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머리에 화가 뻗쳤다. 내가 학을 뛰며, 무슨 말도 안되는 말이냐며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니냐며 역정을 내자, 홈스테이 마마는 너무나도 평온하게 여기 페쇄적인 메노니따 사회에서 외국인에 관한 소문은 자주 있는 일이니 너무 신경쓸 필요 없다고 날 다독였다. 그리고 사실이 아니니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는 수그러들꺼란 이야기도 덧붙였다. 그러나, 이 소문이 아무리 근거 없는 소문이라고 해도, 소문에도 정도가 있지;;; 불륜도 이런 불륜이 없지 않은가....홈스테이 마마와 내 나이 차이는 강산이 변해도 아주 몰라보게 변할 수 있는 세월의 차이건만. 이런 악성루머를 퍼트린 작자를 잡아서 목을 그냥!!!!!!!!!!!!!!!!! 진정하려고 해도 생각하면 생각할 수록, 이미 안 이상 신경쓰이는 건 어쩔수 없다. 내가 뭐때문에 여기를 와서 이 땡볕에 사서 고생을 하고 있는데!!! 조금의 진정과 화산같은 역정을 반복하자, 홈스테이 마마는 시원한 떼레레 한잔하면서 진정하라는 말만 반복한다.

 

 

 

 

 

 

 

 

 

 

 

 

 

 벌컥벌컥벌컥. 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던 분노가, 시원한 떼레레를 마시니 조금은 진정이 되는 것같다. 홈스테이 마마는 한결 편안해진 내 얼굴을 보더니, 조금은 안심한 표정이다. 그녀는 이성을 찾은 나를 보며, 진지하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는데, 왠지 이 말은 여기 사는 동안, 두고두고 가슴에 새겨야 하지 않을까 싶다.

 

 

 

 

 

 

 

 

 

 

 

 

 

 

 

- 조안, 여기는 심심한 동네야. 모든 사람들이 심심해하지. 그러니 조그마한 건덕지라도 있으면 가십거리로 삼아. 넌 외국인이니깐 더 심할꺼고. 그러니 조심할 필요는 있으나, 너무 신경쓰지 않는게 좋아.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여편네 다시 올지도 모르니 앞으로는 집이라고 방문 열어두지 말고, 잘 잠그고 자. 그 여편네 심심하고도 외로운 여편네거든.

 

 

 

 

 

 

 

 

 

 

 

 

 

 

 

 

 

 

 

 

 

 

심심한 동네는 무섭다.

 

 

 

 

 

 

 

 

 

심심하고 외로운 아줌마는 더욱 무섭다.

 

 

 

 

 

 

 

 

 

 

 

 

 

 

 

 

< 홈스테이 아들내미는, 소문을 듣곤 인기가 많은 카사노바라며 부러워했다. 하지만 그게 아줌마들의 카사노바라면... 지금은 사양하고 싶구나.... 굳이 카사노바가 된 다면, 아니 되야 한다면, 애들한테 카사노바 선생님이 되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