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engue [: 모기를 통해 감염되는 열대 전염병의 하나]
몸 구석구석까지 으스스 한기가 느껴진다. 입이 달달 떨리고, 삭신이 쑤신다. 비가 오기 전 할머니의 그 것처럼, 근육 근육마다, 뼈 마디 마디 마다 우드득우드득 온 몸이 비명을 지른다. 창틈 사이로 새어들어 오는 쌀쌀한 새벽 공기에, 얇은 담요를 목 끝까지 올리고, 잔뜩 굼벵이처럼 몸을 돌돌 말아보지만, 따뜻함을 담아두기에는 역부족이다.
' 감기 몸살인가? '
얇은 입술을 달달 떨며, 간간히 느껴지는 온기에 잠을 청해보지만, 꾸준히 느껴지는 근육통과 추위는 그나마 남아 있던 잠도 날려버렸다. 달달달달. 그렇게 새벽 동이 틀때까지 뜬 눈으로 밤을 지샜다.
아침이 밝아왔지만, 몸 상태는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오히려 어깨에서만 느껴지던 근육통이 팔이며 다리며, 손가락 끝까지 느껴진다. 게다가 몸에 열이 있는지 주변의 커튼이네 담요네 돌돌 말아서 구석에 쭈구리고 누워있어도, 몸에 닭살이 돋을 정도로 춥다.
' 따끈한 오뎅국물 마시고 싶다. '
이 때까지만 해도 나도, 차꼬에 놀러와 있던 친구들도 사태의 심각을 느끼지 못했다. 그냥 어제 너무 신나게 놀아서, 여독이 덜 풀려서 생기는 가벼운 몸살 쯤이라 생각했다.
한 두시간만 누워서 쉬고 있으면, 금방 개운해 질 것 같았던 몸이 점점 약해져감을 느낀다. 몸은 점점 뜨거워지고, 등에서는 식은 땀이 흘렀다. 직감적으로 내가 걸린 이 것이 가벼운 몸살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조금 독하게 걸린 몸살감기정도로만 느꼈던 나는,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 같다며 날 놀려대던 친구들의 농담에 미소를 짓는 여유를 보였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시간이 지나도 몸상태는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아까보다 몸이 불덩이처럼 더 뜨거워졌다. 찌뿌둥한 정도였던 근육통도, 여기저기 바늘로 찌르듯 심해졌다. 머리는 어지럽고, 배도 미슥거렸으며, 온 몸은 덜덜 떨려왔고 혼자서는 서기는 커녕 앉지도 못할 정도의 아픔이 느껴졌다. 친구들은 내 몸 상태가 생각과는 다르게, 점점 심해져 가자, 갑자기 다급해졌다. 인터네셔널 에스오에스에 전화 상담을 하고, 관사에 있는 알미데쓰 선생님을 불러 오는 등의 조치를 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헐레벌떡 알미데쓰 선생님이 찾아와 내 상태를 요리조리 살펴보셨다. 손에 약 캡슐을 쥐고 있었지만, 그는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약을 나에게 건네주지도 않고 어디다가 급히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내 상태가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다고 판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얼마 후, 그의 형이 차를 끌고 학교로 찾아왔고, 나는 근처 병원으로 이송되었다. 그렇게 나는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다. 잠시까지만 해도 남아있던 웃음기가 내 얼굴에서 금세 사라졌고, 온 몸에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었다. 이젠 나 스스로 몸도 가누기 힘들었다. 응급실에 도착하자마자, 친구들과 간호사들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하는 나를 침대로 눕힌 뒤, 요리조리 내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너무나도 대수롭지 않게 흘리는 간호사의 한마디.
- 말라리아 같은데요?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라리아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말라리아라니....
막연히 말라리아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나는, 정신이 아찔해졌다. 그 핏속에 알을 낳고, 뇌로 들어가고, 장기로 들어가고, 모기 유충이 내 핏속에서 헤엄치고..............................
' 어머니, 아들내미가 여기서 말라리아 걸렸답니다.... '
< 파라과이에서는 모기와 관련된 표식을 많이 볼 수 있다. 일년 내내 더운 나라라 보니, 모기로 인해 옮겨지는 전염병에 무척이나 민감하다. >
피를 뽑고, 혈압을 재고 여러 응급조치를 한 응급실 간호사들은 내게 입원을 권했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고, 몸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안정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딱히 다른 방법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정신도 못차릴 정도로 아팠던 나는 그러겠다고 했고, 나는 파라과이에 와서 지난 장염에 이어 두번째 병원 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국에서는 아주 어릴때 말곤, 병원에도 자주 안가던 나 였기에 이 곳에서의 두 번째 병원 생활은 개인적으로 너무나도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몸이 이렇게 약했나하는 자책감도 들고, 여기서 뭐하고 있나 하는 회의감도 들었다. 먼 타지에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러 와서, 병마와 싸우는 봉사단원이라니. 아픈 것도 아픈 것이지만 스스로에 대해 너무나도 한심하게 느껴졌다. 병실에서 주는 맛없는 오트밀과, 먹으면 10분안에 속이 느글거리는 약을 받아 먹으며 이런 생각은 점점 더 심해졌다. 몸은 아프지만 병실에서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드디어 병명이 밝혀졌다. 그 유명한 뎅게. (말라리아가 아니라서 얼마나 다행인지. ) 고온의 열과 더불어, 두통, 피부병, 근육통을 동반하는 일종의 종합 감기셋트 같은 병으로, 모기로 인해 옮겨지는 전염병이다. 이 병으로 현지에서는 무려 30명이나 목숨을 잃었는데, 때문에 파라과이 현지에서는 이 댕게를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보건소나 병원은 물론이고, 학교, 슈퍼 할 것 없이 뎅기 조심 포스터는 선거 포스터마냥 덕지덕지 붙어 있고, 하루가 멀다하고 티비에서는 뎅기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그렇다. 조심하라고 조심하라고 나라 전역이 난리인 이 병을, 조심성없는 내가 떡하니 걸려버렸다.
' 내가 댕게라니... 참 파라과이 와서 별의 별 꼴을 다 보는 구나. '
뎅게가 무서운 점은 온 몸이 미친듯이 아픈 것도 있지만, 걸리면 딱히 특별한 치료약이나 치료법 없다는 것이다. 입원한 병원에서도 뎅게로 고생하는 나에게 타이레놀과 같은 진통제를 하나 주며, 물을 많이 마시고 잘 먹고 힘내서 견디라는 수밖에 없다며, 힘내라는 말만 반복했었다. 언제까지 아플지, 어디가 또 아플지에 대해선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져 뎅게가 치료될 때까지 물을 꾸준히 마시며 아픔을 참고 견디는 것. 그 것만이 병원이 나에게 할 수 있는 말이었다.
뎅게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 괴롭혔다. 체온은 39~40도를 웃돌았고, 두통은 잠시도 쉬지 않고, 날 고통스럽게 했다. 거기다 손과 다리에서 느껴지는 경련과 근육통. 혼자서는 화장실은 커녕, 제대로 앉아 있지도 못했고, 타는 갈증으로 마시는 물도 빨대에 의존했다. 그리고 그마저도 수시로 느끼는 토기로 인해, 입술만 축인 채 다시 토해내는 하루하루가 반복되었다.
< 먹고 토하고, 마시고 토하고, 몸에 들어간 것보다 더 많은 것들을 토해낸 거 같은데도 살아 있는 건 이 생명줄 같은 링거덕분이 아닐까? 샤워할 때나 잘 땐 너무나도 불편했지만. >
병원식은 오트밀과, 알 수 없는 야채 고기국이 아주 조금의 재료 변화와 함께 반복해서 나왔다. 병원식은 나름 메인 메뉴와 사이드메뉴, 후식까지 갖춰진 외관상으로는 그럴싸한 조합의 식사였는데, 이 멋진 병원식은 나에겐 병원 생활을 가장 힘들게 했던 요소 중 하나였다. 겉만 번지르르한 이 현지 병원식이 도저히 내 입맛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 극단을 향해 달리는 맛이 문제였다. 멀쩡한 빵은 소금을 들이 부었는지 너무 짜거나, 설탕 덩어리를 씹는 것 같이 너무 달았고, 한번도 빠짐없이 나오는 고기 야채국에서는 먹는 음식이라면 나올 수 없는 강한 쓴 맛이 느껴지도 했다. 보기에는 멀쩡한 이 병원식은 나에게 자주 진지한 과학적인 과제를 던져 주었는데, 이들을 씹어서 만들어내는 에너지와, 씹기 위해 턱을 움직이는데 쓰이는 에너지 중 어느 것을 선택하는 것이 더 효율적일까 하는 문제였다. 이 말도 안되는 고민거리를 진지하게 식사 전에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니, 지금은 너무나도 우습지만, 그 정도로 그 당시에는 식사란 나에게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활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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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간호사들은 너무나도 친절했다. 수시로 와서 상태를 체크하고, 심심할까봐 이야기도 자주 걸어주었다. 가끔은 너무 머리도 아프고, 자고 싶을 때 찾아와서 귀찮을 정도로 큰 목소리로 깔깔거리며 농담을 해대어서 짜증도 났지만, 이게 다 관심이고 파라과이 문화라고 생각하니 용서가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행태는 가끔 보편적인 인간 상식을 넘어설 때도 많았다.
그 날은 새벽이었는데, 머리도 아프고, 온 몸이 미친듯이 쑤셔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러다 어찌어찌 아픔을 견디다 지쳐 겨우 잠이 들었는데, 누가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것이 아닌가. (진짜 나 안 일어난다고, 내 어깨를 흔들어대었다... ) 겨우 겨우 눈꺼풀을 감을 수 있었던 나를, 큰 목소리로 쎄뇨르(영어의 미스터 같은 개념) 하며 흔들어 깨우는 그는, 내 담당 간호사였는데, 불도 켜지 않아서 그의 육중한 덩치만 눈에 들어왔다. 새벽에 자는 환자를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나는 짜증이 났지만,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당시에 난 짜증낼 힘도 없었다. 너무 지쳐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나에겐 최소한의 봉사단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겠다는 이성이 남아 았었다. 그래서 세상 다 체념한 표정으로, 깨운 이유나 들어보자 싶어, 최대한 감정을 억누르며 무슨 일이냐며 물었더랬다. 그러자 활짝 웃으면서 나에게 묻는 말.
- 어디 아픈 데는 없나요? 소변은 잘 보았나요? 물은 많이 마셨나요?
저....저기요.....네가 흔들어서 지금 머리가 울리거든요? 그 것보다...지금 새벽이거든요? 이 깜깜한 와중에 뭐하시는거예요? 그나저나 그런 질문은 나중에 내가 푹 자고 아침에 해도 되잖아요? 왜 그걸 굳이 겨우 잠든 사람을 새벽에 흔들어 깨워서 물어보는 건데요.....안그래도 머리가 혼란스러운데, 간호사의 친절한 한 마디가 날 멘붕의 세계로 초대했다.
뒷 꼴만 땡기던 머리가 지리하게 뇌 속 구석구석 아파오는 것 같다. 거기다 목소리는 왜이렇게 큰 지. 지금 새벽에 옆 방 환자까지 깨울 기세다.
' 아, 머리가 좀 아프네요. 소변은 잘 보았고, 물은 많이 마셨어요. '
39도의 체온과는 별개로 머리통 가득 열이 차오른다. 고작, 그걸 지금 물어보려고....이렇게... 나를.... 생각 같아서는 목덜비를 잡아서 패대기치고 싶지만, 그 것은 그래도 날 보살피러, 이 늦은 새벽까지 고생하는 간호사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물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아직까지 남아 있던 이성의 끈을 부여잡고, 내가 품을 수 있는 최대한의 품위로, 간호사에게 지금 시간이 많이 늦었으니, 쉬고 싶다는 의견을 공손하게 피력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그 간호사는 내 눈빛에서 쏟아져 나오는 이글거리는 분노의 눈빛을 보지 못한 모양이었다. 갑자기 침대 불을 확 키더니 이 시간에 체온을 재야 겠다고 하지 않는가...... 그리고 그는 너랑 상관없이 내 일을 지금 당장 해야겠다고 작정한 사람 마냥, 끊임없이 말을 걸면서, 체온, 혈압까지 다 재고 내 링거까지 확인하고 나섰다. 그리고 내 침대 이 곳저곳 더 할 일이 없나 꼼꼼히 확인한 후, 룰루랄라 돌아갔다. 나는 그 날 새벽 결국, 다시 몰려온 두통과 근육통으로 뜬 눈으로 밤을 지새고, 아침에 다 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그리고 점심 때 그 간호사가 활짝 웃으며, 잘 잤냐고 물어보는데, 정말 할 수만 있으면 뒷통수를 팍! 때려주고 싶더라.
내 담당 의사는 아순시온에서 온 지 얼마 안된 젊은 여자였다. 가끔씩 나에게 와서 수다를 널어놓는 간호사들의 말에 따르면 그 의사는 아직 간호사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지 못한 듯 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내 검진 결과를 제대로 보지 않고 와서 나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다, 간호사의 지적을 받기도 하고, 말은 어찌나 직접적이고, 강하게 하는지 의사와 이야기를 하고 나면, 의사 말 한마디 한 마디에 심장도 아파왔다. 그리고 가끔은 아픈 나에게 의사답지 못한 이상한 발언도 했었는데, 그런 말을 하고 돌아갈 때쯤에는 어김없이 나와 친구, 간호사들 사이에 의사 뒷담화가 이어졌다.
하루는 내가 병원식이 너무 입에도 맞지 않고, 전 날 자지 못해 지쳐있었다. 그래서, 식사가 도착했을 때, 지금은 먹고 싶지 않으니 나중에 먹겠다고 간호사에게 말한 직 후, 그 의사가 들어왔다.
- 밥 왜 안먹어요?
' 지금은 조금 피곤해서, 나중에 먹을께요. '
- 지금 안 먹으면, 주변에서 시끄러워지니깐 당장 먹어요.
스페인어로 듣는데 왜이렇게 강한 명령조가 느껴지는지.... 도저히 의사가 환자에게 하는 말투라곤 생각할 수 없는 어조였다. 이 말을 들은 나는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몸을 일으켜 세웠고, 억지로 숟가락을 드는데, 그 때 옆에 있던 간호사의 표정이란...
그리고 이런 적도 있었다. 여느 때처럼 핑크색 스웨터를 입고 온 의사가 내 침대를 여기저기 둘러 보더니 내 상태를 물었다.
- 어디 아픈데 있어요?
병원에 입원한 지 꽤 시간이 지난 터라 열이 많이 내린 상태였고, 상태는 호전되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두통과 근육통은 심했고, 나는 내 상태에 대해 성의껏 자세히 이야기했다. 근데 그 의사는 내 이야기가 마음에 안들었던 모양이다. 굉장히 궁금한 표정을 짓더니 이런 질문을 한 것이다.
- 왜 거기가 아프죠?
어이...어이.... 그걸 내가 어떻게 알고, 그걸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하나요? 그리고 주구장창 말했던 것이라 새롭지도 않잖아요? 나는 그 질문이 너무나도 황당하고 당황스러웠다. 환자에게 왜 거기가 아프냐고 질책하다니.... 아픈 걸 아프다고 말하는 거 이상으로 원인까지 내가 찾아서 말해줘야 하나? 그 질문이 당황스럽기는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뒤에서는 헉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나 또한 너무나도 이 상황이 어처구니가 없고 화가 나기까지 해서, 그걸 의사인 네가 알지 내가 어떻게 아냐고 빽! 하고 말해버렸다. 그랬더니 의사는 오히려 당당하게 뭐라뭐라 스페인어로 장황하게 늘어놓는데..............거기가 아플리가 없는데 이상하다는 둥, 물 많이 마시라는 둥의 조언이었던 것 같다. 그러곤 휙~ 하고 돌아선 병실을 나갔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나와 친구, 간호사는 그 의사가 정말 환자를 대할 줄 모른다고 신나게 뒷담화를 깠다.
< 집 밖으로 오랜만에 나오니, 메씨 위에 장난감 같은 개구리가 앉아 있었다. 뛰지도 않고 울지도 않고 가만히 있는 이 녀석. 이 사진을 페북에 올렸더니 아는 형이 이 녀석이 무려 한국에선 15만원에 팔린단다. 단순히 모기 잡아 먹는 용으로 좀 길러볼까 했더니... 15만원짜리 녀석이었네... >
이런저런 병원의 일이 있고, 병실도 옮기고 하면서 무려 장장 8일동안 병원 신세를 지었다. 약 발도 좀 받는 모양인지, 5일째 되는 날에는 침대에서 벗어나, 밖에 산책도 나가고, 다른 환자들과 이야기도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여전히 병원식은 맛없는 오트밀에, 극단의 맛을 달리는 야채고기국과 빵이었고, 새벽마다 날 흔들어 깨우는 간호사와 막말하는 의사의 횡포는 계속되었다. 그러나 내 상태는 점점 호전되어갔고, 8일째 되는 저녁, 드디어 내 혈소판 수치가 올라가는 중이라는 의사의 소견이 나왔다. 그 후, 나는 바로 병원에 퇴원의지를 피력했고, 몇일 더 머물러서 치료받기 권하던 병원의 권고도 물리치고, 퇴원을 고집했다. 그리고 2주간 집에서 절대 안정을 취하는 조건으로 나는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떨어진 혈소판 수치때문인지, 지금도 조금만 오래 걷거나, 앉아 있으면 쉽게 지친다. 하지만 병원에선 먹을 수 없어서 더욱 그리웠던, 고추장이네 김이네 실컷 먹으며 한국인의 힘을 찾아가고 있다. 덕분에 지금은 30분이고 한 시간이고 친구들과 통화도 할 수 있을만큼 체력도 회복하였다. 이런 추세라면 다음 주중이면 혼자서 자전거를 타고, 센트로까지 소세지사러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두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은 뎅게. 정말 너무 아팠다. 안 걸려본 사람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콩알만한 모기 한마리가 이렇게 사람을 피폐하고, 힘들게, 심지어 죽게 만든다는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하다.
댕게로 인해 스스로 자기 관리를 철저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 타지에 있는 동안, 내 몸은 내가 알아서 꼼꼼하게 잘 지켜야 겠다는...다시는 자기 소홀로 인해 병원 신세를 지고 싶지 않다. 다시금 책상 구석에 세워져 있는 모기 기피제가 눈에 들어온다. OFF..... 자기 관리 철저를 위한 첫번째 발걸음으로 OFF와 절친되기 프로젝트부터 실시해야겠다.
OFF 이 녀석, 일루와! 이 형아가 이제부터 퐉퐉 써줄께!
< 현지 모기 기피제 OFF와 절친 선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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