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oncierto [: 음악회]
야~! 대단하다, 어떻게 지상파 생방송에 나갈 결심을 했어?!! 진짜 용기 있다.
전.... 생방송인지 몰랐어요....
맹하게 있다가 덜컥 생방송 출연하게 된 박모씨의 고백.
자선 바자회를 마무리 짓고, 2주 후에 있을 자선 음악회를 위해 올인했다. 접근성이 좋지 못했던 바자회 장소와, 부족했던 홍보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과 현지인들의 많은 성원으로 성공적으로 일을 마무리 짓자, 다들 한껏 고무되었다. 그리고 당연히 이는 자선 음악회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자선 음악회는 호락호락 프로젝트가 아니었다. 동네 빵집에서 가볍게 시작된 이 음악회 프로젝트는, 단순히 동네 행사로 끝낼 만한 규모의 것이 아니었던 것이다. 음악회 개최 장소로 섭외된 장소가 무려 500석 규모의 중앙 은행 컨벤션 홀 ( Banco Central ). 얼마 전, 한파 수교 50주년 기념으로 초청된 세계적인 성악가 조수미씨가 공연을 가졌던 어마어마한 장소였던 것이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조수미씨 초청 공연이 있었던 홀은 바로 옆의 공연장이었지만, 한국으로 따지면 세종 문화 회관 같은 곳에서 공연을 하게 되는 셈이니, 이거 큰 일도 보통 큰 일이 아니었다. 대관료도 대관료이지만, 과연 그 많은 객석을 다 채울 수 있을지 스멀스멀 걱정의 마수가 뻗쳐왔다.
장소가 정해지자, 다들 마음이 분주해졌다. 공연의 규모에 기가 죽긴 했지만, 이제와서 물릴 수도 없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모가 되든 도가 되든 부딪치는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각 자 일을 나누어 일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일은 크게 두 개 파트로 진행되었다. 공연을 하게 될 음악팀, 그리고 그 외의 행사 기획, 운영 및 홍보 등의 일을 담당하는 기획팀. 그리고 나는 자연스럽게, 태어날 때부터 그리 음악적 소질이 없었던 터라 기획팀에서 일을 도왔다. 음악팀은 음악적 재능을 듬뿍 가진 코이카 단원들을 주축으로, 현지 교민분들 그리고 현지 아동 합창단으로 구성되었다. 이 들은 다들 임지도 떨어져 있는데다, 각자의 일로 무척이나 바쁨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날 때마다 곡 명을 정하고, 그에 맞추어 연습을 시작했다. 반면, 기획팀에서는 공연 포스터, 티켓, 팜플렛과 공연 동영상 등을 제작하거나, 현지인들과 현지 교민들을 상대로 홍보 활동을 진행하였다. 그 중에서 나는 공연 팜플렛과 동영상에 들어 갈 글을 적거나, 현지 언론과 접촉하여 홍보 활동을 하였는데, 덕분에 한 동안 연예인이라는 소리를 들을 만큼 제2의 삶을 살았다. (뭐 누구도 기억을 못하는 반짝 스타였지만 하하하하 :) )
< 자선음악회 팜플렛, 오른쪽 면은 자선음악회 포스터로도 사용되었다. 고풍스러운 색감과 배치가 눈에 돋보인다.>
현지 언론들을 상대로 진행한 홍보 활동은 크게 두개의 지역에서 이루어졌다. 이번 프로젝트로 큰 수혜를 입게 될 나의 임지인 차코 필라델피아와, 공연이 개최되는 수도 아순시온.
먼저 필라델피아에서는 신문사가 없는 관계로, 라디오와 티비를 통해 홍보를 하게 되었는데, 워낙 화제 거리가 잘 없는 지역인데다, 이번 프로젝트가 차코를 위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에 어렵지 않게 협조를 얻을 수 있었다. 라디오는 1주일에 3~4일, 하루에 2~3번씩 내가 준 공연 관련 기사를 읽어주기로 하였고, 지역 티비인 차코 티비에서는 나와 한 인터뷰 영상을 황금시간대에 방영해주기로 하였다. 이 두 가지 매체를 통한 홍보 효과는 생각보다 커서,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한동안 떼레레 타임 용으로 도서관이라는 주제가 가십거리로 떠올랐다.
하지만, 수도 아순시온에서의 언론들은 지역의 그 것과는 달랐다. 워낙 뉴스거리도 넘쳐나고, 영향력이 전국구다 보니 위의 프로젝트를 다룬다는 것에 조금은 조심스러워 했다. 하지만 마맞이들이 누군가... 하나하나 인맥을 이용하여, 조금씩 조금씩 그들의 마음을 열어갔다. 먼저, 나는 BBC에서 기자로 활동하는 친구에게 연락했다. 평소에도 이렇게 저렇게 자주 연락하는 친구라 그 전부터 도서관프로젝트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누곤 했었는데, 내가 전화를 걸어 홍보를 부탁하자, 그 프로젝트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에 적지않게 놀라워했다. 그 친구는 커다란 관심을 표하며 당장 만나자며 제안을 해왔고, 기사에 대한 이런저런 내용 확인과 함께 다른 메이져 신문사 기자 친구까지 소개시켜 주었다. (진짜 여러모로 고마운 친구이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신문 기사는 생각보다 큰 지면을 통해 나오게 되었는데, 이렇게 해서 나온 신문 기사는 다른 라디오 방송국을 섭외하거나, 오프라인으로 홍보하는데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수도에서 현지 언론을 통한 홍보 활동은 그 후, 콘서트가 시작되기 전까지 계속 되었다. 코이카 친구가 일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국과, 현지 지상파 방송국 아침 생방송 등 분주하게 뛰어 다녔다. 많이 부담스럽기도 하고, 때론 힘들기도 했지만 새로 하는 경험에 신기하고, 재밌었다. 그리고 생각보다 잘 나온 방송 분량과, 현지 반응에 정말 뿌듯한 하루하루가 계속되었다. ( 이참에 방송으로 나가볼까? 으흠, 농담입니다. )
< 어벙하게 있다가 덜컥 나가게 된 지상파 Red Guarani 아침 생방송 -_- 우리 집에 나오는 유일한 채널이 이 것임을 감안하면, 전국적으로 꽤나 영향력 있는 채널이 아닐까 싶다. 노트를 꽉 잡은 손에서 긴장감이 묻어나온다. >
티켓 판매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이루어졌다. 티켓은 전화부터, 교민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현지 환전소 그리고 튼튼한 다리를 이용한 발품까지. 티켓 판매는 프로젝트 성공을 크게 좌우하는 만큼 아마 이 부분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을까 싶다. 우리가 팔아야 하는 티켓은 무려 500여장. 양도 양이었지만, 공연 당일날 열심히 연습한 음악팀을 위해서라도 듬성듬성한 관객석을 만들고 싶지 않았던 우리. 우리는 티켓을 팔 수 있는 곳이라면 코이카 사무소, 교회, 자이카 사무소까지 가리지 않고 찾아 갔다.
< 자선 음악회 티켓, 알록달록색이 정말 희망차다! :) 능력자 마맞이에게 큰 박수를 !!! >
티켓은 초반의 염려와 달리, 많은 분들이 구매해주셨다. 현지 물가를 감안했을 때 티켓 가격은 그리 싼 편이 아니었지만, 현지인들은 물론 현지 교민분들까지 많은 성원을 해주신 것이다. 특히 그 중에는 젊은이들이 좋은 일을 한다며, 적지 않은 돈을 기부해주신 할아버지, 집에서 보지 않는 책이라며 도서관을 이용해 사용해 달라며 책을 바리바리 싸들고 오신 아주머니도 계셨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들을 지켜보고 따뜻한 응원의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는 사실에 마음이 뜨거워졌다.
< 현지인들도 도서관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이렇게 기증 받은 중고책들도 꽤나 된다 :) >
12월 21일 오후 7시.
그렇게 긴 기간동안, 준비하고 준비해온 이 우여곡절의 콘서트는, 비가 주륵주륵 내리는 금요일밤, 을씨년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성대하게 열렸다. 동료 코이카 단원들뿐만 아니라, 피스콥, 자이카 단원 친구들, 현지 교민분들 그리고 비가 오면 출근은 커녕 집 밖으로도 잘 나오기 싫어한다는 파라과죠들까지. 우려와 달리 콘서트 홀은 왁자지껄 했고, 금세 아순시온 밤 하늘은 한국의 흥과 고풍, 서양의 우아함의 음률들로 가득찼다.
그리고 콘서트 내내, 내 머리속에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땀과 화이팅의 나 날들....
그 날은, 공연을 즐기는 관객들에게도, 공연을 준비한 우리에게도 가슴 뭉클한 저녁이었다.
< 신명나는 사물놀이로 공연은 힘차게 시작되었다 :) >
< 아름답고 고풍스러웠던 가야금 연주, 앵콜이 난무했다, 실제로 공연장 밖에서 앵콜 공연이 있었다. >
< 자가론 어린이 합창단, 파라과이에서 손꼽이는 어린이 합창단이다. 한국어로 된 노래를 또렷또렷하고 개성있게 표현하여, 갈채를 많이 받았다. >
< 클래식 연주, 세상에는 정말 멋진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나도 바이올린 배우고 싶다...-_ㅠ >
< 마지막에 다같이 :) 찰칵! 자선 음악회 수고 많으셨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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