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을 내다보니 오늘도
차가운 회색구름이 가득하다.
하지만
비는 13살의 첫사랑처럼 애만 태우고,
좀처럼 다가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근 몇 주간 비 한번 시원하게
내린 적 없는 동네이기에
저 평원 너머 보이는 구름은
제발
제발
제발
빗물을 가득 머금고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지긋이 하늘을 바라보는 어린 아이의 눈에도
텅빈 집안의 우물을 내려다 보는 할머니의 굽은 허리에도
비에 대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난다.
이 곳 사람들이 자주 하는 헛소리가 하나 있다.
'비가 올 것 같아'
코에 물씬 비 냄새가 나거나
하늘이 조금이라도 꾸물거릴 조짐을 보이거나
갑자기 두꺼비들이 오잉오잉 울러댈때면,
이들은 어김없이 이렇게 말한다.
'비가 올 것 같아'
그들은 애절할 정도로
비를 소망하고 또 소망한다.
그래서 그들이 무심코 내 뱉는 이 헛소리가
허공속의 외침이 될 때
그 비참함은 배가 된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라도
입 안 가득히
비를 달고 살아야
비가 오는 것 처럼
콧 속 가득히
비를 느껴야
비가 오는 것 처럼
백원짜리 동전을 쥔 어린아이의 그 것처럼,
비를 꽉 붙잡고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다.
다시금 창문을 내다 보니
따뜻한 회색 구름이 가득하다.
이번엔 나도 그들처럼 나지막하게 읊조려 본다.
'비가 올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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