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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Coincidencia [: 우리들은 그렇게 만났다]

* Coincidencia [: (우연적인) 조우, 만남]








차꼬 도서관 프로젝트는 우연과 노력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결코 혼자서는 누구도 해내지 못했을 것이다.

2013.02.10 차께뇨












 내가 있는 이 곳 차코에는 아이들을 위한 공간이 없었다. 뜨거운 태양을 피해 한 숨을 돌릴 공간도, 방과 후 친구들과 조용히 수다를 떨만한 공간도 부족했다. 그들은 찢어진 축구공을 차면서, 운동장에 뛰는 것 외의 다른 어린이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였다. 나는 아이들을 위한 쉼터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아이들이 어느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방문하여, 쉬고, 수다 떨고, 그러다 지치면 잠잘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아이들이 서로 소통하면서 새로운 어린이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길 바랬다. 그래서 나는 꿈터를 만들기로 결심하였다.








< 우리 학교, 석달 후 맨 오른쪽 교실은 마을 도서관으로 조성된다. >






 꿈 터는 여러가지 유형이 있을 수 있다. 다양한 놀이기구를 구비한 놀이터가 될 수도 있고, 신기한 동식물과 신선한 예술품들로 가득찬 전시관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놀이터는 40~50도를 넘나드는 뜨거운 태양으로 부터 아이들을 지켜주기 힘들고, 전시관은 비용과 관리가 문제였다.












 그러다 운동장에서 한 아이와의 대화가 날 흔들었다. 이 곳 차꼬에서 한 발짝도 나가보지 못했다는 그 녀석. 그 녀석에겐 이 곳 모래와 태양의 땅이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의 전부였다. 높은 산, 넓은 바다는 물론, 기차도, 헬리콥터도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그 녀석에게 지하철을 그려 주고, 높은 빌딩을 보여 주었으며, 극동 나라의 아리랑을 들려주었다. 그는 놀라워 하기도 하고, 무서워 하기도 했으며, 부끄러워 하기도 하였다. 그에게 있어서 나는 열 때마다 새로운 것들이 나오는 마법 상자와 같은 존재였으며, 나는 그 것이 판도라의 상자가 되지 않길 기도했다. 













 나는 그 녀석에게 더 넓은 세계를 보여주고 싶었다. 높은 산도 같이 올라보고 싶었고, 넓은 바다에서 같이 헤엄도 치고 싶었다. 파란 강에서 낚시하고 매운 탕도 끓여 먹고 싶었으며, 푸른 숲에서 숨박꼭질도 하고 싶었다. 세상이 얼마나 다양하고 멋진 곳인지를 알려주고 싶었다. 그 때, 나는 책을 떠 올렸다. 책은 그 녀석이 가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충분히 채워주리라. 책은 그 녀석이 더 넓은 세계관을 가지도록 해주리라. 확신했다. 그래서 나는 늘 비가 그리운 이 땅에 도서관을 짓기로 결심했다.







< 아이들은 맑고 착하다. 착하디 착해서 어느 때는 안타깝고, 미안하고, 고맙다. >







 도서관을 짓는 일은 쉽지 않았다. 돈도 돈이지만, 독서 문화를 가지지 못한 이 곳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관심 밖 영역이었다. 내가 이 곳에 도서관을 짓는다고 했을 때, 많은 친구들이 필요성에 공감은 하면서도 매우 힘들 것이라 지레 걱정을 하였다. 심지어 도서관보다 아이들에게 축구공을 하나더 사주는게 낫지 않겠냐고 말하는 현지인이나, 그럴 시간에 너의 재능을 이용하여 미술 교실이나 열으라며 반 협박하는 선생님들도 나타났다. 현지인들의 도서관에 대한 이해가 시급해 보였다.














 나는 지역의 여러 학교를 방문했다. 교장선생님과 학교선생님들을 만나뵙고, 내 소개와 현재 생각하고 있는 도서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일주일 사이에 총 6-7개의 학교를 방문하였다. 각 학교마다 호응의 차이는 있지만, 선생님들이라 그런지 금방 도서관 프로젝트의 당위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하지만 도서관에 대한 접근성, 경제적인 문제, 독서문화 조성에 대한 과제가 끊임없이 제기 되었다. 즉, 필요는 하지만 힘들지 않겠냐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많은 선생님들이 진행하게 된다면 선뜻 협조하겠다며 즐거워했다. 심지어 몇몇 학교에서는 우리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냐며 적극적으로 후원 의사를 밝히는 곳도 나타났다. 이렇게 마을 곳곳에서 한 꼬맹이 한국인이 마을에 도서관을 지으려고 한다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장소 문제는 물론이고, 건설하면서 생기는 비용이 문제였다. 코이카에 현장사업지원을 신청하면 어느정도 해소가 되겠지만, 과연 제 시간에 만족할만한 결과를 가져올 지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할 수있는 만큼은  현지인들과 공감하고, 협력하며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싶었다. 그 때, 마음맞는 이들을 만났다.
















 마음맞는 이(이하, 마맞이)들은 파라과이 청년 봉사 단체인데, 몇 달전 우연히 시골 학교 화장실 보수 프로젝트에 동행하게 되었다가 인연을 맺게된 모임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내가 가진 생각을 피력했다. 얼마나 도움이 부족하고, 어떠한 도움이 필요한지, 어떻게 하고 싶은지...그리고 몇일 후, 너무나도 다행스럽고, 감사하게도 마침 차꼬를 방문하고 돌아간 몇몇 마맞이 친구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호응을 해왔다. 그리고 추진력 있는 그룹답게 바로 프로젝트를 위한 여러 가지 작은 이벤트들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이들을 알게 된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든든함에 가슴이 벅차왔다. 벌써 아이들의 꿈터가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이제 손을 잡고 하나하나 협력해가면서 천천히 전진하면, 주변에서 손사래 치던 이 일도 보란듯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한발짝 내딛었다.












< 시골 마을 화장실 보수 프로젝트 후, 우리 마맞이들 :) 한 명 한 명 개성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