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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Obra malogada [: 7학년과는 이제 바이바이]

* Obra malogada [: 실패작] 




 

 

 학교 공터에 세워두었던 내 자전거가 쓰러져 있다. 뭐 워낙 바람이 많이 부는 동네이니 바람에도 자전거는 잘 쓰러지긴 하지만 뭔가 좀 이상한 기분이 든다. 자전거를 으쌰으쌰 일으켜 세우니 자전거 의자 색깔이 좀 이상하다. 뭔가 먼지라고 하기에는 좀 묘한 투명한 색이 난다. 니스인가? 이게 뭐지? 자세히 보니 풀이다. 풀.... 내가 7학년 시험을 끝내고, 선생님들과 시험 채점 후 나와보니 이렇게 되어 있었다. 애들은 다 집에 가고... 누가 이런 짓을. 섭섭함보다 궁금함이 먼저 든다. 그러다 문뜩 내가 들고 있는 시험지와 함께 오늘 나와 마지막 수업을 한 7학년이 떠 올랐다.

 

 

 

 

 

 

 

 

 내가 7학년은 처음 만났을 때, 8월이었다. 겨울방학 2주가 끝나고 시작된 2학기. 우리는 2학기 시작부터 수업을 시작했다. 사실 그 애들과 나는 처음 만남부터 썩 그렇게 끌리지 않았다. 이상하게 안 맞다라는 느낌? 문화적 차이라고 하기에는 뭔가 모를 미묘한 것이 있었다. 난 이 것을 중2병이라고 생각했다. 사춘기적 특성과 맞물려 수업에 집중하지 않고 가끔은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그들. 나는 그들이 나아 질 것이라고 믿었다.

 

 

 선생님들과 보통 떼레레를 마시면 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하게 된다. 어느 학년이 이쁘냐 어느 학년이 힘드냐, 누가 까부느냐?, 누가 열심히 하느냐... 다들 교사들 답게 애들 이야기를 한창 하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른다. 애들 이야기를 하는데 가장 단골은 역시나 이 학교 최고의 말썽꾸러기반 7학년이다. 그래서 7학년에 들어가는 선생님들은 다들 7학년 이야기만 나오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시작한다. 

 

 

' 진짜 과제 하기 싫어해요'

 

 

 ' 그리고 어찌나 말이 많은지...'

 

 

 ' 이런 말 하기 좀 그렇지만 애들이 너무 얄밉고, 어쩔 땐 악한거 같아요...'

 

 

 

 이쁘기만 한 5학년이나, 4학년 그리고 조금은 컸지만 과제를 열심히 하는 6학년을 말할 때와는 판이한 평가가 쏟아진다. 7학년을 말하는 선생님들의 표정에선 분노와 걱정, 안타까움등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이 녹아난다. 나는 처음 선생님들이 이렇게 이야기할 때 7학년이 그 정도인가? 하며 전혀 동의하지 못했다. 심지어 나에게 요즘 7학년 수업 어때요? 하고 물어보면 내가 지금 가르치는 학년 중에 제일 이뻐요! 라고 말할 정도였으니까... 왜냐면 나이도 나이이고 하니 내가 아무리 어버버한 스페인어를 써도 철떡같이 알아주는 아이들 때문에 수업이 한결 부드럽게 진행되어서 그랬을 것이니라... 하지만 이 것은 그렇게 오래 가지 못했다.

 

 

 

<7학년 교실 앞 전경 , 7학년는 늘 왁자지껄하기 때문에 지나가는 교사들도, 교장도, 심지어 개도 무슨 일인가 싶어 가끔씩 들여다 본다.> 

 

 

 한달 쯤 되었을까...아이들이 서서히 숨겨놓았던 본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한달동안은 탐색전이었나보다. 수업 종이 쳤음에도 불구하고, 느기적느기적 교실에 들어오는 것은 예사고, 수업 도중에 누구 선생님께 과제 제출해야 하니 잠시 나갔다 오겠다고 말하곤 5명이서 우르르 나가기도 했다. 심지어 내 수업 도중 다른 선생님 과제를 하다가 걸리기도 하였고, 이마저도 안하고 친구들과 잠답하고 떠들다가 내가 오면 능글맞게 나한테 질문을 걸어 '선생님 한국에서는 떼레레마셔요?' 하며 수업과는 전혀 상관없는 질문을 해대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얄미웠던 것은 바로 말꼬리잡기. 수업 중 설명을 열심히 하다가 뭔가 하나라도 스페인어 발음이 이상하거나, 악센트가 잘못되었다고 시작되면 여기저기서 그 단어를 따라하면서 수업맥을 끊어놓았다. 내가 참다못해

 

 

- 얘들아, 선생님 수업중이잖아. 선생님 스페인어가 부족한건 잘 알고 있으니 잘 들어봐

 

 

 하고 애들을 달래면,

 

 

' 그러니깐 스페인어를 더 배워야지요! '

 

 

하면 깔깔되기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등에서는 식은 땀도 나고, 어떻게 해야하나 당황스러웠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조용히 좀 해줄래? 라는 말도 안 먹히기 시작하고, 과제에 참여하지 않고 잠답하고 떠들거나 자를 들고 책상을 두드리면서 소음을 내는 녀석들도 생겼고 교실은 하루가 다르게 시끄러워졌다. 하지만 반 정도의 아이들은 여전히 내 말에 경청하며 선생님 이렇게 하는거예요? 하면서 열심히 하였기에 그래 반이라도 살리자라는 마음으로 하루하루 버텼다.

 

 

 

 내가 교실이 이렇게 되어 갈 동안 아무것도 안했을까? 나도 대한민국 교사다. 내가 처음으로 교사 생활을 시작했을 때 아이들이 과제를 안하거나, 혹은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밤 늦게까지 남겨서 훈계하고 이야기하고 떡볶이까지 사먹여 집까지 데려다 줄 정도로 열성적인 교사였다. 근데 여기서는 아이들을 혼내도 보고, 달래도 보고, 심지어 이 어눌한 스페인어로 장난이 심한 애들을 몇몇 불러 상담도 해보았지만 그 때 반짝일 뿐 전혀 행동의 변화가 없었다. 교장에게도 말해보고, 다른 선생님들께 조언을 구해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교장은 7학년 아이들은 이쁘고 공부도 열심히 하는 아이들이다고 하며 오히려 나를 질책하는 듯이 자신이 나서지 않을 것이라 선을 그었고, 다른 선생님들은 7학년은 원래 그러니 너무 시끄러운 아이는 그냥 밖으로 쫓아버리라는 단기적인 교육적 조언만 제공해주셨다.

 

 

 

 

 하지만 어느 무엇보다 힘들었던 것은 나랑 같이 들어가는 교사의 태도였다. 아나라는 시간제 강사는 나와 7학년 교실 수업을 같이 들어가는 일종의 코워커였다. 하지만 그 강사는 젊었고 교사로서의 뭐 별다른 경력이나 조건을 갖추지 못한 듯 했다. 나는 수업 전 그 분께

 

 

' 내가 온 지 1달도 채 되지 않았으니 스페인어가 많이 부족합니다. 제가 스페인어가 막히더라도 좀 도와주시고 특히, 아이들 시끄럽거나, 과제를 안하거나 하면 조용히 시켜주시고 과제도 좀 할 수 있도록 해주세요! '

 

 

라며 정중한 부탁을 하였다. 그 분은 자신이 따로 수업 준비를 하지 않은 채 그 것만 해주면 되냐며 좋아하셨고, 내가 수업 준비를 다 해 올테니 아이들 교실 정리만 해주시면 된다고 나는 화답했다. 그렇게 나는 우리가 환상적인 팀웍을 자랑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일은 수업이 시작하고 2주 후부터 터졌다. 그 때 7학년은 아직 나에게 자신의 본성을 드러내기 전이었다. 나는 집에서 외워온 스크립트를 즐거운 마음으로 어버버 설명하고 있었고, 애들 또한 조용히 경청하였다. 그리고 과제 활동을 시작하는데, 교실 저 끝에서 시끄러운 잡답 소리가 들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 미술시간에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조용히 집중하고 해야해 '

 

 

라고 말하려고 고개를 드는데, 그 잡답의 근원지가 그 교사였다.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열심히 과제하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찔러가면 농담따먹기를 하는데 나는 원래 여기 수업 문화가 이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나는 심지어 가끔 나 혼자 수업하도록 배려? 하기도 하였는데, 어느 날도 그 때처럼 그녀는 밖에서 다른 선생님과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내가 지금 수업 시간인데 들어갑시다~라고 말하면 잠시만요 먼저 들어가세요 나중에 따라 들어갈께요~라고 말하기만 하곤, 교장이 한번쯤 순찰을 볼 때만 귀신같이 어떻게 알아서 내 수업에 들어와 지도하는 시늉을 하였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내 수업 시간에는 무엇인가를 먹거나, 떼레레를 마시거나 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지였는데, 그게 수업 집중도를 더 떨어뜨릴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수업 내 규칙이었다. 그런데 그 규칙을 알아서 먼저 깨주시는 분도 바로 이 교사 아나였다.

  하루는 7학년 끄리스띠앙(7학년 제일의 장난꾸러기)이 떼레모를 들고와서 수업 종이 쳤는데도 마시고 있기에 끄리스띠앙 지금 수업 시작했으니 떼레모를 치우고 공책 꺼내라고 주의를 준 적이 있었다. 그는 '선생님 더워요'하면서 불평불만 말하면서도 책상 밑으로 내려 놓았었다. 나는 언제나와 같이 만족스러운 얼굴로 인사를 하고 수업을 시작하는데, 그 때 뒤늦게 온 아나가 여유롭게 떼레레를 마시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닌가. 나도 학생들도 황당하게 쳐다보고, 어서 떼레레를 내려놓아라는 눈빛으로 쳐다보는데, 방금 이와 똑같은 상황에서 나한테 혼난 끄리스띠앙은 이 때가 설욕의 기회다 싶었던 모양이다. 그는 아나 선생님께 큰 소리로

 

 

' 선생님, 수업시간에 떼레레 마시면 안되잖아요! '

 

 

 하고 강력 항의했다. 그리곤 나와 그 선생님들 번갈아 쳐다보는데, 같은 교사된 입장에서 아이들 앞에서 주의를 줄 수도 없고 나는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하였다. 내심 나는 그 말을 듣고 아나가 어떻게 반응할까 궁금했지만 당연히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떼레레를 내려놓고 수업을 도와줄 것이라 확신했었다. 하지만 그 것은 오판이었다. 그녀는 당당하게 입에 물고

 

 

 ' 나는 선생님이잖아.'

 

 

 하면서 여유롭게 마시는게 아닌가. 그리고 덥다고 말하는 아이에게 시원한 물을 자신의 떼르모에서 퍼서 주는 여유까지. 속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그리고 그 떼레레를 입에 물면서 교실을 둘러보면서 아이들에게 어느때와 같이 장난을 치며 잡담을 하는데 그 날은 정말 이성이 끊어지는거 같아 아이들에게도 조용히 해 하고 큰 소리로 소리치고 말았다. 그리고 수업을 어영부영 마무리를 짓는데, 오늘은 아나에게도 조금은 이야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아나, 지금 시간 되요? 7학년 수업 때문에 상의 드릴 일이 있어요

 

 

 

'뭔데요?'

 

 

 

- 사실 제가 스페인어도 많이 부족하고, 여기 문화도 아직 적응을 못해서 수업을 진행하는데 힘이 듭니다. 특히 다른 학년들은 괜찮은데 중학교애들인 7학년 8학년 애들은 정말 같이 수업하기가 힘드네요..

 

 

 혹시나 기분 상하지 않을까봐 최대한 돌려서 예의바르고 공손하게 말하려고 노력한다.

 

 

- 그래서 그런데, 혹시 7학년,8학년 수업할 때 아이들을 조금 조용히 시켜주거나 아이들이 과제할 수 있도록 좀 도와주시겠어요? 저 혼자만으로는 조금은 힘이 드네요. 우린 파트너잖아요!

 

 

 아나는 당연히 공감한다는 표정을 지었고, 내 근심어린 표정을 보며 걱정말라며 대답했다.

 

 

 ' 네, 당연히 그래야죠. 그런데 7학년 애들은 제 말도 잘 안들어요. 말도 엄청 많죠. 저도 많이 화내고 그랬는데 전혀 안되더라구요. 가끔은 장난도 심하고...걔네들은 교장말만 들어요 교장이 권위가 많죠. 하지만 다음 수업시간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조용히 시킬께요.'

 

 

 

 뭐야. 자기 말을 안듣는다고 조용히 안시키고 같이 떠들고 있었던 거야. 이게 뭐야. 그래도 다음부터는 더 적극적으로 조용히 시킨다고 하니 왠지 마음이 놓인다. 나는 아나에게 연신 고맙다고 잘부탁한다고 말하고 다음부터 잘해보자며 웃으며 인사했다.

 

 

 

 

 

 그 후, 아나는 서서 아이들과 떠드는 거 대신 의자까지 들고 가서 앉아서 아이들과 떠들었다. 그러다 내가 조금 눈짓을 주며 그제서야

 

 

 

 

 ' 얘들아 너희 너무 많이 떠든다. 조금 조용히 하자 '

 

 

 

 

 하고 하는 둥 마는 둥 다시 내 눈치만 보고 조용히 시키는 시늉만 한다. 교사가 떠드니 조용히 하라는 말이 아이들에게 먹힐리가 없다. 7학년은 그녀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다. 심지어 하루는 아이들이 너무 심하게 떠들자, 아나가 너네 너무 말이 많아 좀 조용히 과제 좀 하라고 큰 소리로 주의를 주자,

 

 

' 선생님도 말이 너무 많아요. 조용히 좀 해주세요 '

 

 

 라고 하더라...나는 나보다 더 권위없음에 적잖이 충격이었으나 정작 그 말을 들은 당사자인 아나는 조금 놀라가만하고,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았다. 아나는 내 수업에 도와주러 와서 그 시간만큼 돈을 받는 시간강사 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건 이후, 수업에 늦게 들어오거나 아예 안들어오는 일 더 비일비재 해졌다.

 

 

 

 

 

 

  그리고  점점 버르장 머리가 없어지는 7학년에게 내가 화를 내는 빈도 수도 많아졌고, 잔소리도 길어졌다. 이렇다보니 7학년과는 사이가 틀어지고, 왠지 아이들에게 수업을 가르치고 싶은 의욕이 뚝 떨어지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 눈치없는 7학년은 전혀 변화가 없었고, 내가 조금 정색하거나 무뚝뚝해져 있을때나 잠깐 조용히 들어주는 척하는 수업 사태가 계속되었다. 언제 끝나나 싶었던 7학년....그 들과의 수업도 이제 끝이 슬슬 다가오고 있었고, 마지막 수업을 들어가는 날엔 정말 만세를 부를 뻔했다.

 

 

 

 

 

 

마지막 7학년 수업 날, 다른 날과는 다르게 한 껏 들뜬 기분으로 교실에 들어섰다. 7학년의 분위기는 여전하다. 왁자지껄 시끌시끌.... 하지만 마지막이라는 사실에 나는 아이들에게 상쾌하게 인사했고 아이들도 나에게 상쾌하게 인사하였다. 그리고 왠지 모를 기분에

 

 

 - 얘들아, 오늘이 마지막 수업이야. 

 

 

 라고 말하고, 수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저~기 뒷편에서 애매한 대답이 들려왔다.

 

 

' 감사합니다!!!.'

 

 

 

 어느 한 남자 꼬맹이의 대답이었는데, 제일 말썽쟁이 끄리스띠앙도 아니고 능구렁이 페르난도도 아닌 듯 했다.누구지? 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라... 응? 감사합니다? 뭐가 감사한거지?

 

 

 내가 여태껏 가르쳐 준거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건가? 아니야 이럴리는 없는데.... 그래 괜한 기대를 가지면 안돼...7학년이잖아...음 그러면....그래 마지막이라서 감사하다는 거겠지.나에게 있어서 최소한의 기대치만 가지는 7학년이었다. 이제 끝내주어서 감사하다는 거겠지. 아이들의 눈 하나하나를 보는데 아쉽다는 표정반, 즐겁다는 표정반이다. 더더욱 감사합니다의 의미가 애매모호지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렇게 마지막 수업인 시험을 실시하였고, 아이들이 시험을 다 치르자 시험지를 들고 채점을 하기 위해 보충반 교실로 들어갔다. 선생님들이 벌써부터 많이들 계셔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 조안, 어땠어? 시험? 애들 잘했어? '

 

 

- 네, 마지막이니 다 조용하더라구요!

 

 

 ' 잘되었다.'

 

 

 

 하면서 시험지 채점을 위해 하나하나 보는데, 그 동안 했던 7학년 수업장면이 떠올랐다. 내가 한 학기동안 맡았던 7학년 수업은 성공일까 실패일까. 그 고맙습니다는 뭐였을까. 마음이 복잡해진다. 내 년에 좀 더 완벽한 스페인어 실력을 갖추고 중학교 수업을 들어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도 고민거리로 남았다. 채점을 끝내고 결과물을 담당 선생님께 드린 뒤, 교실 문을 나와 집으로 가기 위해 메씨가 있는 곳으로 가는데, 얼마나 머리가 뒤죽박죽인지 뒷 골이 조금이 땡기는 듯 했다. 사실 그 전까지는 7학년 수업을 내 년에는 절대로 맡지 않겠다고 다짐 했었는데, 막상 끝나니 조금은 아쉬운 듯 했다.  마지막 수업에서 보여준 즐거웠던 모습, 그리고 애들이 써내었던 답들...그리고 고맙습니다라는 아직도 그 의미가 불분명한 그 인사....어떡하지...생각이 많아졌다.

 

 

 

 

 

 

 

 

 

  내 7학년 수업은 나름 성공적이었던 것인가? 아니면 진짜 철처한 실패인가..... 끊임없는 고민을 하면서, 털레 털레 내 자전거 메씨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내 메씨가 땅을 보고 누워있었다. 뭐 누워 있는 거야 바람이 워낙 세게 불고 그래서 그런거니 싶었는데 엎어진 메씨의 의자가 유난히 반짝거린다. 나는 쓰러진 자전거를 다시 세우고 자세히 보는데.......이게 뭐지? 내 의자가 왜 이렇게 빛나는거야? 뭔가 요상한 액체 비슷한 것이 의자가 말라 붙어 있었다. 손으로 만져 보니 반질반질 한 것이....의자가 붙어 있던 것은 .....다름 아닌.....

 

 

 

 

 

 

 

 

 

 

풀이었다. 풀.....

 

 

 

 

 

 

 

 

 순간 벙 졌지만, 시험 종이 치자마자 5분만에 시험지를 작성하고 후다닥 나간 두 놈의 7학년 꼬맹이가 생각났다. 이 자슥들!!! 시험 대충 치고 빨리 나갔을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7학년 그 꼬맹이 두놈의 짓임에 틀림없었다. 어쩐지 마지막이라고 할 때 히죽 히죽 좋아하던 표정을 짓더니......안타깝게도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다. 요 놈 둘을 잡아서 내가 한국 교사의 무서움을 좀 보여줘야 할텐데!!! 마지막이라고 이런 선물을 나에게 줘?!!! 이 괘씸한 것들! 요 놈들 아주 작살을!!!!!!!!!!!!!!!!!!!!!!!!!!!!!!!!!!!!!!!!!!! 너넨 내년에 내 수업에 각오하고 들어와야 할 것이야!!!!!!!!!!!!!!!!!!!!!!!!!!!!!!!!!!! 마음 속으로만 씩씩거리는 나였다. 아으!!!!!!!!!!!!!!!!!!!!!

 

 

 

 

 

 

 

 

 

더이상 생각할 것도 없다.

 

 

 

 

 

 

 

 

 

 

 

 

 

 

 

 

 

 

 

 

 

 

 

 

 

 

 

 

 

이번 학기 7학년 수업은 처절한 실패작이다.

 

 

 

 

<7학년 독보적인 말썽쟁이 끄리스띠앙. 수업 외에는 이렇게 귀엽다. 수업만 들어가면. 으휴...>

 

 

< 7학년 장난 꾸러기들. 젊어서 그런가? 늘 에너지가 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