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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후안

Etiqueta [: 칭찬은 파라과죠도 춤추게 한다] * Etiqueta [:스티커] 수업은 전쟁이다. 한국에 있을 때에도 늘 수업은 전쟁과도 같았다. 종이 디디딩 하고 울리면 출석부와 교과서를 들고 결전의 자세로 교실로 들어 간다. 그리고 교실 앞문을 팍! 열고 기합을 다해서, '반장 인사' 하고 무표정하게 말한다. 그리고 인사를 기계적으로 받은 후, 아이들을 서쪽에서 동쪽으로 한명 한명 주시하면서 본 뒤, 반동 분자가 없는 것을 확인하고 교과서를 편다. 그리고 수업을 시작한다. 이렇게 하면 수업을 조금은 안정된 분위기에서 이끌어 갈 수 있다. 분위기 환기? 이라 해야하나 아님 기선 제압? 이라고 해야할까. 뭐 나름의 수업 기술이라면 수업 기술이다. 근데, 여기 파라과이에서는 이러한 나의 전쟁 기술이 잘 먹히지 않는다. 내 수업 기술은 내전용인가? 국제전.. 더보기
Exposición [: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 * Exposición[:전시회] 학교에서 늦은 저녁 전시회가 있었다. 일년 동안 학생들이 공부해 온 성과를 보여주는 자리로서, 한국의 학예회와 비슷하다고 해야겠다. 내가 있는 학교는 유치원에서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 있는 학교로 (내 년에 중학교 3학년까지 생긴다.) 학생 수가 350명에 달한다. 그에 반해 학교 시설은 턱없이 부족해서 교실 5개를 오전반 오후반 나누어서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어느 학교나 가지고 있는 강당은 물론이고, 과학이나 미술, 음악을 위한 특별실은 말할 것도 없다. 교무실도 없는 학교인데다, 화장실 또한 운동장 맞은 편에 한 칸짜리 푸세식 화장실들이니, 대략 학교 교육 환경에 어떠한지 감이 올 것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이니 전시회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 더보기
[:이어지는 이야기[1] 근데 그나저나 X로 시작하는 단어가 있기는 한 걸까? 문득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나서, 뒤적뒤적 사전부터 찾았다. 집으로 돌아와서 사전을 펼쳐보니 X로 시작되는 단어가 몇개 안되지만 있긴 있다. 3개...-_-진짜 별로 없긴 없구나. 한 편으론 다행스러우면서도 뭐가 있을까 궁금해진다. X로 시작되는 모든 스페인 단어를 마스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가슴도 두근거린다. 자, 그럼 뭐가 있는지 한번 살펴볼까? Xenofobia[:외국인 혐오] Xilofono[:실로폰] Xilografia[:목판인쇄] 이렇게 보니, X로 시작하는 단어는 어느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얼마 없는 단어가 목판 인쇄에, 외국인 혐오라니;;; 역시 마성의 엑끼스 (스페인어에서는 X를 엑끼스라고 읽는다). 아이들에게 내일 알려주.. 더보기
Clase suplemento [: 윽, 제발 물어보지마] * Clase suplemento [: 보충수업] 한국에서 단계별 수업이 한창 유행이었을 때가 있었다. 아이들의 각 각의 수준에 맞는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서, 아이들의 성장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이끌어내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그 것은 이론상으로 아주 훌륭한 교육법이었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과 개성이 제 각각이니 거기에 맞춰서 미술을 잘하는 아이는 미술을 좀 더 심화적으로 배우고, 수학을 잘하는 아이들 수학을 좀 더 심화적으로 배우며, 상대적으로 부족한 과목은 또 그 수준에 맞는 과제를 제공하여 아이들이 모든 분야에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가지도록 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생각인가. 그래서 너도나도 단계별 수업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는 한 교실에 많게는 40명, 적게는 2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한.. 더보기
Bicicleta [: 이 놈 이 놈 물건일세] * Bicicleta [:자전거] 우리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50분 정도가 걸린다. 물론 편도로만 계산한 것이고, 아무런 변수가 없다라는 가정했을 때의 시간이었다. 그래서 오전 반, 오후 반에 모두 나가서 출퇴근을 하는 날에는 기본적으로 4시간 정도를 걸어야만 했다. 이와 같은 상황에 혹자는 불쌍하다고 동정하기도 하고, 그리고 혹자는 왜 교통 수단을 이용하지 않냐며 질책하기도 했다. 불쌍하다고 동정하는 거야 뭐, 나도 처음에는 이러한 출퇴근 환경에 불평도 하고 스스로 자신을 가여이 여겨왔기에 할 말이 없지만, 후자의 의견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은 많았다. 일단 이 곳 차코 필라델피아에는 대중 교통이라는 것이 없다. 시내 버스는 커녕, 한 때 개도국의 상징이라고 생각했던 오토바이 택시도 이 곳에서는 다.. 더보기
Pubertad [: 자슥아 원래 예술의 길은 힘든거야] * Pubertad [: 사춘기] 중이병. 한국에 있을 때 언론이든 선생님들 사이에서든 많이 나왔던 단어이다. 한국에 귓병이 유행하거나 해서 나온 그런 단어가 아니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사춘기적 특성에 때문에 학교 생활 지도가 힘들다는 것을 풍자해서 나온 개념이다.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원하기만 한다면 무제한으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움을 강요하는 요즘 대중 문화 세태와 더불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아이들의 사춘기가 앞당겨진 것이 이러한 중2병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근데 그 중2병이라는 것이 이 한국에서 33시간 떨어진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곳 학교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들까지 수업을 들어가는데 매.. 더보기
Asado [:파라과이를 담아내는] * Asado [: 아사도(음식 이름)] 파라과이에는 아사도라는 음식이 있다. 아사도란 Asar [:굽다]에서 나온 말인데, 말 그대로 '구운 음식'을 통칭할 때 쓰이며, 특히 여기서는 흔히 소고기나 소세지를 천천히 구운 음식을 말한다. 소고기나 소세지가 두꺼워서 오래 굽는 건지 아니면 좀 더 풍성한 고기의 맛을 즐기기 위해 그렇게 천천히 굽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빠르게는 30분 느리게는 1시간까지도 구워대니, 소고기를 구워먹을 때 핏기가 사라지자 마자 집어 먹기 바쁜 한국인이 보기엔 정말 답답하면서도 배고픈 식문화일 수도 있겠다. 먹는 것 앞에서 마져도 Tranquilo (천천히, 여유롭게)의 문화를 보여주는 파라과이 다운 음식이 아닌가 싶다. 어떻게 보면 조리법이 딱히 어려워 보이지는 않으나 인.. 더보기
차께뇨[:Chaqueño] 차께뇨[:Chaqueño] : 남아메리까 빠라과이 북서부에 위치한 차코지방 거주민을 뜻함. 나는 차께뇨다. 이 곳 차코는 파라과이 북서부 지방의 큰 황무지 평원 지방을 일컫는 데, 내가 있는 필라델피아에 오려면 수도 아순시온에서 버스를 타고 7시간을 와야 한다. 차코에서의 삶은 내가 생각하던 그 것과는 확연한 차이가 있었다. 내가 처음 이 곳 KOICA 봉사단원으로 남미의 심장 파라과이로의 파견이 확정되었을 때 나는 푸른 숲과 평원, 그리고 풍요로운 땅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생각했었다. 남미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도 그러했고, 내가 파견되기전 방영했던 코이카의 꿈 파라과이편에 비춰지는 파라과이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나는 그래서 파라과이에 파견되면 길을 걸어다니며 동네 현주민들과 웃으며 인사하고, 길거리.. 더보기
Inicio [ :단체 한국인 커밍아웃?] * Inicio [: 시작] 항상 처음은 힘들지만, 점점 익숙해지겠지 하면서 시작한 지 벌써 2달이 지났다. 이제 슬슬 학교 생활도 적응되어 가고, 애들과도 안면이 익어서 학교가 점점 편해지기 시작한다.보통 학교에 가면 나는 하는 일이 있다. 먼저 교장실에 가서 다른 선생님들과 인사나누기그리고 내가 수업이 없을 시간에는 운동장 한 가운데 나무 그늘 의자에 앉아 배불뚝이 나무를 보면서멍때리며 앉아있기. 그러다 쉬는 시간이 되면 선생님들과 떼레레 한잔씩을 나누면서 농담따먹기.그리고 수업 들어가서 남은 열량을 다 소모하기. 그리고 퇴근 후 근처 슈퍼에 들러 초코우유 하나 마시면서 열량 보충하며 집으로 걸어가기. 이제는 너무나도 익숙해져버린 생활이다. 어느 날 처럼 오늘도 나무 그늘에 의자에 앉아 배불뚝이 나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