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또 병에 걸렸다.
난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여태껏 한번도 병에 걸리지 않은 적이 없는 것 같다.
오사카에서 살던 시절에는 얼굴에 두드러기가 나서 한창을 피부과에 다녔었고,
아순시온에선 생활한 지 거의 2주정도만에 장염으로 3일간 고생했으며.
차코에선 그 유명한 뎅게에 걸려 1주일넘게 병원신세를 졌었다.
그리고 여기 도쿄에선 일 년동안 무사히 잘 지내나 싶었더니
위염과 식도염 세트에 걸려버렸다.
언제부턴가 잘 때마다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고 배가 살살 아파와
그냥 컨디션이 좋지 않아 다시 편도가 부었거나 싶었는데... 이 것이 일주일이 넘어서더니
걸을 때마다 명치가 아프고, 서 있어도 목에 신물이 나올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혹시나 해서 나온 내과에서 내린 진단은 위염과 식도염의 세트.
요 근래 스트레스네 뭐네 핑계로 밤에 맥주 한잔씩 하고, 야식을 아주 야무지게 챙겨먹고
그대로 잤더니...(그 땐 너무 행복했는데... 행복 질량 보존의 법칙인가...)
결국 이 사단이 났다.
일주일 채 약을 먹고도 크게 차도가 없어,
평소같으면 절대 받지도 않을 내시경을 받게되었다.
배도 살살 아픈 것이... 이왕이면 받는 김에 위로 아래로 다 뚫어보자 싶어
위내시경과 같은 날에 대장내시경도 신청했다.
한국에서도 받아본 적이 없는 내시경을 일본에서 인생 처음으로 받아보려 하니
긴장이 된다. 뭐 크게 별일이야 있을까 싶지만...
마취 후 못 깨어나는 사람이 간혹 있다는 둥.
만약 암으로 나왔을 경우 통지를 희망하십니까? 와 같은... 사전 안내시의 체크리스트를 보니
괜히 겁도 난다.
만약 진짜 별게 아니면 어떡하지?
근데 진짜.
별 일 있을까 싶다. 이 놈의 쓸데없는 긍정...마인드...
원래 잔병치레가 많은 사람이 오래산다라는 말이 머릿속에 먼저 떠오르는 건...
난 잔병이 무지하게 많은 사람이다.
그러므로 큰 병엔 걸리진 않을 거라는 무한 확신...
병 총량으로 따지면 정말... 종합병동같은 사람...(자랑은 아니지만...)이 바로 나다.
다음 주 대망의 내시경날.
혹시 모르니 약먹는 날, 금식하는 날을 달력에 빨간펜으로 별표 쳐놓고!(내 생일에도 안 해온 별표!)
용기있게 위풍당당 잘 다녀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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