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i [: 자, 마을도서관으로 나아갈 준비가 끝이 났습니다.]
도서관이 조성되고, 석달. 이제 새로운 손님들을 맞이할 준비가 마무리 되어간다. 학교 내에서 시범적으로 운영되던 도서관을 지역 전체에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마을 이곳저곳에서 방문하는 외부인이 많아 질 것이고, 그리고 인해, 내가 통제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들지만, 본래 계획했던 마을 도서관으로서의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설레인다.
피스콥과 도서관 작업장에서 공동으로 주최한 도서관 워크숍에서, 도서관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이들과 많은 정보 교류 시간을 가졌다. 그들도 나와 같이, 도서관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 파과라이의 현실에 고민하고 있었다. 책을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는 사소한 도서관 예절에서 부터, 도서관을 달갑지 않아하는 지역사회의 분위기와 같은 큰 현안까지. 다들 자신이 위치한 환경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처음 이 곳에 도서관을 짓는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의 현지인들의 반응, 그리고 도서관을 학교 학생들을 상대로 했을 때 벌어졌던 사소한 에피소드들은 그들의 이야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들은 앞으로 어떻게 도서관을 효율적으로 운영해 나갈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도서관 문화를 정착시킬 것인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또한 미리 겪어왔던 다른 봉사자들의 강연을 경청하면서 자신만의 생각을 정립해 나갔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에 대해 어떠한 지식도 가지고 있지 않음을 깨달았다. 그들은 책을 보기 위해 여러권을 한꺼번에 빼서 주변에 쌓아놓고 보거나, 읽은 책은 그 자리에 두고, 다시 새 책을 꺼냈다. 그리고 책을 읽을 때, 여러 명이서 씨끄럽게 떠들면서 장난스럽게 책을 다루거나, 책을 꽂아 놓을 때 거꾸로 혹은 뒤집어서 놓았다. 한국에서는 아주 기본적이라고 생각했던 이 도서관 예절이, 이 곳에서는 아주 생소한 것이었던 것이다. 도서관이 그동안 없었던 과거를 생각하면 놀라울 것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도서관 예절을 위한, 도서관 이용 수칙부터 제정했다.
<도서관 이용 수칙> 1. 신발을 벗고, 도서관을 들어오기 전에 노크를 합니다. 2. 사서선생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3. 읽고 싶은 책을 한 권만 뺍니다. 4. 조용히 앉아서 책을 읽습니다. 5. 책을 다 읽었거나, 새로운 책을 보고 싶을 때에는 읽었던 책을 다시 제자리에 꽂아둡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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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를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커다랗게 인쇄를 해서 도서관 한 쪽면에 붙여두었다. 그리고 애들이 들어오면, 오자마자 도서관 이용 수칙을 먼저 읽도록 지도했다. 그리고 만약에 이를 지키지 않을 시에는 도서관에서 쫓아낼 수 있다며, 농담어린 협박도 덧붙였다. 그러자, 한 명, 한 명 도서관 수칙을 습관화하는 아동들이 생겨났으며, 이제는 중간에 떠드는 아이가 있으면, 내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눈치를 주거나 대신 지적을 하는 아동까지 생겨났다. 이들 스스로 수칙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도서관 시스템이 점점 안정화를 찾아가자, 이제는 도서관 대출 시스템을 구축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비치된 도서 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지금도 좁은 교실에 20명 많으면 30명의 아동와서 혼잡할 때가 많은데, 이를 전체 마을로 확대했을 때 안그래도 복닥한 도서관이, 마치 시장바닥 처럼 되지 않을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책을 즐기게 하고, 마을 전체에 책은 어느 곳에서나 즐길 수 있다는 도서 문화를 장려시키려면, 효율적인 대출 시스템 구축은 필수적이었다.
게다가 현지인들을 대상으로 대출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운영한 선임 단원의 이동도서관 프로젝트는 대출 시스템이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을 주었다. 나는 하루가 멀다하고 주변 현지인들의 조언을 얻어가며, 대출 시스템을 다져갔다.
< 도서관 대출 시스템 > 1. 도서관에서 도서를 대출하기 위해서는 대출 카드인 '우리'카드가 필요합니다. 2. 대출카드를 가지고 계신 분은 도서 한권을 일주일 동안 대여하실 수 있습니다. 3. 대출카드를 만드시고 싶은 분은, 도서관 사서에게 민증복사본과, 자신의 사진 한장, 그리고 3만과라니를 제출해주십시오. 4. 주신 3만과라니는 도서관 운영자금으로 이용됩니다. ( 새 책 구입, 도서관 카드 인쇄비, 홍보비 등등) |
그리고 대출카드를 위한 계약서를 작성하고, 계약서에 대출한 책이 손실되거나, 분실하였을 경우 보상액을 분명하게 명시하여 만일에 있을 사고에 대비하였다. 이 과정에서 주변 교사들과, 엔지오들의 조언을 참고하였다. 이제 카드 1호 회원만 맞이하면 된다.
< 찾기 쉽도록, 책 성격을 적은 안내 표식도 만들었다. 어린이 청소년 도서관 답게 알록달록. 아이들이 책을 찾고, 다시 정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 것이 생긴 후, 책을 정리하기 위해 혹은 찾기 위해 나에게 직접 물어보러 오는 녀석들이 줄었다. >
우리 도서관은 학교 한 켠의 작은 교실을 빌려서 조성되었는데, 때문에 외부인들은 쉽게 우리 도서관을 찾지 못했다. 예전 도서관 개장을 위해 이것저것 준비할 때 몇몇 주변 인사들을 초청해서 견학할 수 있도록 하였는데, 그들은 하나 같이 눈 앞에 있는 도서관을 보고도 그 것이 도서관인지 몰랐다고 했다. 문짝에 도서관이라는 변변한 명패하나 없으니,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의 간판이 될 명패. 추후에 마을 사람들이 코 앞에 도서관을 두고도 몰라서, 어디냐고 걸려오는 전화로 불이나는 상상을 해보았다. 사소한 것이지만, 어쩌면 가장 기초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당장 손수 디자인한 파일을 들고, 문패 주문을 위해 아순시온으로 향했다.
< 문패가 있기 전, 우리 도서관 현관.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고 조용히 하라는 표식에, 갑자기 이 문 앞에서 조용해 지는 녀석들도 꽤나 있었다.ㅋㅋㅋ>
도서관 홍보를 위해 포스터도 제작하였다. 5월 20일날 개장을 하고, 모두에게 개방된 도서관이니 와서 즐기고 갔으면 좋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직접 제작한 도서관 로고와 공신력을 위해 주정부 로고 또한 집어 넣었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된 포스터를 각 학교에 배포하며, 적극적인 홍보를 요청했다. 도서관이 조성되기 전부터, 도서관 프로젝트에 대해 많은 학교장들과 의견을 나눴던 덕분에, 그들은 흔쾌히 협조하겠다며 힘을 보태주었다. 참으로 고마운 사람들. 더 많은 것들을 나누고 싶어지는 사람들이다. ( 더 많은 정보는 http://www.facebook.com/LaBibliotecaUri )
도서관 이용 수칙도 제정되었고, 대출 시스템도 구축되었다. 현판도 완성되었으며, 이제 홍보 활동을 위한 든든한 아군도 생겼다. 5월 20일. 많은 손님들도 인해 붐빌 꿈의 공간이 눈 앞에 훤히 그려지는 것 같다. 도서관 문화가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진 시간이 걸리고, 앞으로도 많은 시행착오를 겪겠지만, 우리 도서관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의 사랑속에 그들의 문화와 어울러지는 긍정적인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 낼 것이다. 메마른 차코 땅에, 교양의 목마름을 적혀줄 오아시스가 되길 기대해본다.
< 사랑을 먹고 무럭무럭 자라나는 우리 도서관, 애들이 많으면 많을수록 왁자지껄해지지만, 그래도 어떠한가. 되도록 많은 어린이가 같이 보내자고 만든 공간인 것을. :) >
< 근데, 야한 것을 이렇게 토론하면서 공유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_-. 저 책을 빼놓자니 그렇고, 안그러자니 또 그렇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