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후안

Pubertad [: 자슥아 원래 예술의 길은 힘든거야]

Joan Ojeda 2012. 10. 13. 06:40
* Pubertad [: 사춘기]




중이병. 한국에 있을 때 언론이든 선생님들 사이에서든 많이 나왔던 단어이다. 한국에 귓병이 유행하거나 해서 나온 그런 단어가 아니라,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사춘기적 특성에 때문에 학교 생활 지도가 힘들다는 것을 풍자해서 나온 개념이다.

걸러지지 않은 정보를 원하기만 한다면 무제한으로 쉽게 접할 수 있고, 아이들에게 어른스러움을 강요하는 요즘 대중 문화 세태와 더불어, 서구화된 식습관으로 인해 아이들의 사춘기가 앞당겨진 것이 이러한 중2병을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근데 그 중2병이라는 것이 이 한국에서 33시간 떨어진 이 곳에서도 어김없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듯하다.

 





나는 이 곳 학교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부터, 중학교 2학년 학생들까지 수업을 들어가는데 매주 비슷한 주제를 다른 레벨로 변형해서 수업을 진행한다. 매주 목요일 오후는 중1, 2애들 수업을 하는 날인데, 이 날이 목요일이기도 하고 이 중2병 비슷한 현상때문에 내가 제일 힘들어 하는 날이다.

 





수업 종이 쳐도 제대로 안들어오기 일쑤고, 들어와도 자리아 앉아서 정돈시키기까지 한창이 걸린다. 그리고 정돈을 하고 나면 준비물을 태반으로 안가져오는 애들때문에 또 한바탕 준비물 나눠주기 바쁘다.

그리고 그렇게 수업을 하면, 어찌나 그림을 그리면서도 말이 많은지... 정말 동네 반상회 아줌마들 저리 가라다. 여기 중학과정은 담임이 없다. 한국처럼 각 과목별로 선생님이 들어오고 그 수업이 끝나면 교장이 종례를 하고 집으로 보내는 식이다. 그러니 늘 교실이 어수선하다. 다른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해봐도 다들 중1, 중2 수업 이야기만 나오면 다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신다. 하물며 키도 쬐메한 자기 나이또래 같은 (내가 동안이라기 보다, 아시아인은 좀 어리게 보는 듯하다.) 외국인 선생님이라니, 말빨이 잘 먹힐일이 없다.

그래서 늘 중1, 2 수업을 들어갈 때면 왠지 모르게 긴장을 하고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한 뒤 들어가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애들은 선생님 뭐해요?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기 일쑤고.

 







그러다 오늘도 어김없이 디자인 수업을 하는데, 이 녀석들은 설명할 때는 그래도 엄청 집중한다. 좀 컸다 이건가? 그리고 설명이 끝나면 끝나자마자 다시 5살짜리 어린애로 돌아가는 듯하다.

 







'선생님 어려워요'

'선생님 너무 힘들어요'

'선생님 이거 어떻게 해요?'

 








문제는 하지도 않고 저런다는게 문제가 있지만. 처음에는 날 만만하게 봐서 저러나 싶었다. 근데 나중에 알고 보니 진짜 해본적이 없어서 그런거였다. 해본적이 없어서 시도조차 못한다는 것. 사람이 크면 클수록 뭔가에 대해 시도하려는 용기가 부족해진다더니 바로 이건가?

하루는 상상하면서 그리는 것을 너무나도 힘들어 하길래 예시를 좀 만들어 갔었다.

예시를 만들면 무수한 복사판이 미술시간에 판칠 것을 알고 있었으나, 그래도 없는 것보단 징징거림이 덜 하겠지였다. 그리고 잔뜩 설명이 끝난 뒤 선생님처럼 이렇게 하면 돼~하고 예시본을 보여주는 순간.

애들이 정적이 흐르더니....또 다시 웅성웅성대기 시작했다. 뭐 이런적이 하루번인가 싶어 그랬으나 이번에는 좀 정도가 심했다.

 











 

< 다음 디자인 시간을 위해 그린 예시 자료. 하지만 진지하게 다른 걸로 바꾸려고 생각하고 있다>







 

 

-Que pasa?

 (뭔일이야?)

 




-Profe, Como podemos dibujar como ese? No se puede

(선생님 어떻게 그것처럼 우리가 그릴 수 있어요. 불가능해요)

 




이 콩알이들이 해보지도 않고, 못한다는 말부터 나오니 화도 나기도 하고 내가 레벨을 높게 잡았다 반성도 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수업은 시작되었고 너네는 그려야 하는 것을. 우리는 죽으나 사나 이번 1시간 20분은 예술하나 해야해.

 




-Ese es normal. Artese es dificil tambien para mi!

(그게 당연한거야, 미술은 원래 힘든거야. 나한테도)

 




언제나 그랬듯 애들을 달래기 부터 시작한다. 저번에 한번 굳은 표정으로 그래도 해봐! 했다가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서 그 후로 부터는 화를 내거나 혼을 내기 보단 달래는 쪽으로 지도 방향을 바꾸었다. 역시나 달래었더니 애들이 다시 연필을 잡고 죽이되는 밥이되는 해보자는 식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단 5분만에 힘들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또 다시 지들끼리 웅성대기 시작한다. 어쭈 이번에는 그냥 안넘어가!!

 





결국 폭팔!

 





이런 적이 한두번이어야지.

이 자슥들아, 그렇게 떠들꺼 다 떠들고, 하지는 않으니 당연히 아무것도 안되지!!!

 







남은 40분동안 미술시간에 어떻게 해야하는지 어떤 마음 가짐으로 행해야 하는지 구구절절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한번 나오니, 너네 수업시간에 제대로 안온다는 둥, 미술 시간에 너무 씨끄럽다는 둥, 준비물은 왜 챙겨오냐는 둥, 잔소리가 미친듯이 나왔다. 애들도 당황한 듯 조용하게 눈치만 보고 그렇게 수업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당장 너네들 다음 주부터 미술수업 어떻게 할껀지 a4용지 가득차게 편지 한통씩 쓰라고 하였다. 의기소침해진 아이들이 묵묵히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한다.

 











아이고야 또 화냈네..이러다가 malo(나쁜 놈) 소리 좀 듣겠는데...한창을 혼내다가 또다시 후회감이 물밀듯이 밀려왔다. 내년에는 중학교까지 수업하는 거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성격만 나빠지겠네....ㅠ

 









아이고 중딩 수업은 힘들어.

 

 

 

<중1 꼬맹이들, 수업 시간 말곤 이렇게 이쁘고 착하다ㅎ>

 

<선생님 저희도요! 포즈를 바꿔가면 사진을 찍어달라는 우리 중2 꼬맹이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