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후안

Sur y Norte [: 북한 핵실험이 나에게 준 선물]

Joan Ojeda 2013. 2. 15. 11:09

*Sur y Norte [: 남과 북]











 북한은 왜 자꾸 남한한테 나쁜 짓을 해?






그리고 왜 미국은 저렇게 화를 내는 거야?

북한이 폭탄이라도 던졌어?














 요즘 북한 핵실험 때문에 여기 파라과이도 씨끌씨끌하다. 평소 뉴스따윈 아웃오브 안중이던 우리 홈스테이 마마가 저렇게 눈이 빠져라 뉴스를 보는거 보면 말이다. 그녀가 저렇게까지 열심히 티비를 보는 것은 얼마전에 종영한 한국 드라마 궁을 볼 때 말곤 없었던 일이다.











 북한 때문에 말이 많다. 아무래도 내가 한국인이다 보니 주변인들이 더더욱 관심있게 챙겨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런 걸 보면 좋은 소식이든 나쁜 소식이든 내 존재만으로도, 그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가까이 하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하지만 앞으론 나쁜 소식보다는 좋은 소식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 








< 북한 3차 핵실험에 관해 현지 언론사인 abc color 실린 분석 기사 >





 요즘 가장 큰 이슈는 역시나 북한 핵실험이다. 미국의 영향을 많이 받는 파라과이다 보니, 미국이 열을 올리며 반대하고 있는 북한 핵실험은 여기서도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어쩔때 보면 북한 핵실험이 이란 핵실험이나, 중동 전쟁과 같은 선상에서 다루어지는 것 같다. 나 스스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해 긍정적인 시선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북한과 한국을 제대로 구분 못하고 있는 이 나라에서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질까 걱정된다. 













 북한 핵실험에서 시작된 주제는 북한 사회 체제에 대한 발언, 그리고 한국 전쟁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가끔 전쟁이란 단어로 인해 화제가 개고기까지 흘러가는데(한국인들이 전쟁 중에 단백질 섭취를 위해 개고기를 먹었다는 이야기를 어디서 듣고는;;;), 그들이 개고기를 여기 아사도같은 식문화로 생각하고 있을 땐 조금은 난감하다. 이 사람들 진짜 한국인들이 김치 먹듯이 개고기를 먹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이들이 개고기라는 단어를 뱉으면서 짓는 리엑션이 있는데, 어휴~ 그걸 어떻게 먹냐 하는 표정이다. 개를 아주 개답게 다루는 파라과죠들임에도 불구하고, 개를 먹는 것을 아주 야만적인 행위로 생각한다니 아이러니하다. 덧붙여 거북이를 살아 있는 채로 뒤집어서 구워먹거나, 쥐 같은 걸 잡아서 삶아먹는 파라과죠들에게 들을 말은 아닌 것 같다. 
















 오늘도 북한 핵실험이 파라과이 골든 타임때에 떡 하니 방영된 모양이다. 방안에서 여유롭게 드라마를 보는 나를, 잔뜩 흥분한 홈스테이 마마가 또 부른다. 빨리와서 보라며,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것같다며 호들갑을 떤다. 나는 또 무슨 큰 일인가 싶어서 거실로 나가지만, 거기서 나오는 뉴스에 반도 알아듣지 못한다. 그런데 홈스테이 마마는 오히려 나를 보며 무슨 일이냐며 되묻는다. 어이어이;;; 지금까지 당신은 뉴스를 보고 있었잖아요;;;; 그리고 이건 스페인어인데?;;;;; 내가 오히려 묻고 싶은 말이다.

















 대충 보아하니 북한의 핵실험이 성공한 모양이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라는 작자와, 오랜만에 뵈어서 반가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님도 나온다. 뭐라뭐라 말을 하는데 스페인어 더빙이라 나는 또 한번 텔레비젼 앞에서 멍청한 표정을 짓는다. 홈스테이 마마는 뭐가 그리 심각한지, 수심가득한 표정으로 또 한번 나에게 되묻는다. 



한국에서 전쟁날 것 같은데, 너 어떻게 할꺼야?















 일본에서 생활했을 때, 북한 관련 뉴스만 나오면 한국에서 전쟁날 것 같다고 현지 언론에서 크게 떠들어대던 기억이 난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저 뉴스에서도 그런 뉘앙스로 떠들었겠지... 나는 절대 그럴 일 없으니 오히려 홈스테이 마마를 진정시킨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파라과이 뉴스에서 한국의 미래에 대해서 걱정하는 동안, 페이스북에서는 발렌타인데이 초콜렛 걱정만 하고 있다고 농도 던진다. 홈스테이 마마는 한국인 아들내미가 던지는 농담에 그제서야 그렇게 심각한 일이 아님을 깨닫고, 다소 안심하는 눈치다. 

















 괜시리 고마워진다. 여기와는 전혀 상관없는 나라의 이야기일텐데, 같이 사는 꼬맹이의 나라라고 저렇게 신경써주니 말이다. 같이 시간을 보낸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큰 관심을 주다니, 정말 감사한 일이다. 공유하고 있다는 느낌이랄까?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이랄까? 가끔은 내가 몰랐던 습관이나, 행동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곤 하는데, 진짜 엄마같다. 놀랍다. 내가 너무 피곤한 날에는 잠꼬대를 한다든가(둘이서 대화도 몇마디 나눴다고 하고), 스페인어를 못 알아들었음에도 아는 척 하고 있을 때 나오는 멍청한 리엑션있다든가. 하나하나 깨알같다. 어떨 땐 발가벗겨지는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이게 다 사람사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따땃해진다.















 홈스테이 마마가 또 한번 북한 뉴스를 보더니, 시원하게 북한에 대해 욕을 하신다. 북한은 왜 저런 일을 해서 남한과 미국을 곤혹스럽게 하냐고. 도대체 왜 그러냐고. 또 한번 세차게 욕을 하신다. 욕쟁이 할머니가 여기 파라과이 차꼬에도 강림하셨다. 착착 감기는 그런 욕은 아니지만, 정겹기까지 하다. 그런데 한창을 평화에 대해 열변을 토하던 홈스테이 마마가 순간 잊어버린 사실을 떠올린 듯, 움찔 하시더니 조용하다. 그리고 갑자기 내 눈치를 살피며, 나에게 조심스럽게 물으신다.
































근데 넌 북한이야? 남한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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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씨, 나 이 집에서 산지 6개월째인데..............................-_-


나 여기서 뭐한거지? 분발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