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trevista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 Entrevista [:인터뷰]
텔레비젼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 정말 좋겠네~.
어릴 때 막연히 텔레비젼에 나오는 사람들이 신기해서 나 또한 텔레비젼에 나와서 춤도 추고 노래도 하고 이야기도 하는 꿈을 꿨던 적이 있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꿈은 서서히 사라졌지만...
근데 그 꿈이 여기 이 곳 파라과이. 거기서도 늘 물이 그리운 차코에서 이루어졌다. 한국에서도 생소한 나라 파라과이. 그리고 그 곳 파라과이인들 조차 잘 알지 못하는 차코. 이 곳에서 말이다.
나는 지금 우리 지역 어린이들을 위한 마을 도서관 프로젝트에 마음맞는 이들과 함께 참여하고 있는데, 그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수도에서 12월에 열릴 자선 음악회 준비를 하고 있었다. 불행히도, 음악에 소질이 전혀 없는 나는 수혜 지역에 있음에도 콘서트 연주에는 직접 참여하지 못했고, 간접적으로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었다.
그러다 포스터가 나오고 음악회 날짜와 장소가 확실하게 정해지자, 콘서트 홍보가 본격화 되었는데 마침, 내게 얼마 없는 파라과이인 친구 중 신문 기자인 친구가 우연히 프로젝트 이야기를 하다 자기 신문에 이 콘서트 홍보를 싣고 싶다고 하였다. 그 친구가 일하고 있는 신문사는 무려 BBC. 신문에 실리기만 한다면 홍보 효과는 엄청날 것이었다. 나는 덥석 고맙다며 그러자고 그랬고, 우리 인터뷰는 수도 호텔에서 이루어졌다. 인터뷰가 끝난 뒤 그 친구는 도서관 프로젝트에 극렬한? 공감을 표하며, 부탁하지도 않은 파라과이 2대 신문사인 ABC Color 와 Ultima Hora에 아는 신문 기자 담당자를 소개 시켜주었고, 그 중 하나인 ABC Color에 콘서트 홍보 기사가 발행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다.
< 그렇게 해서 발행된 abc color 신문 기사. 아, 더 밝게 웃을 껄 그랬다. 어색한 웃음-_ㅠ >
하지만 내가 사는 차코 지역에서는 ABC Color 이든 BBC이든 Ultima Hora든 신문을 보는 집이 드물었다. 신문값이 비싼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이 곳 사람들의 중요 정보 문화가 라디오와 티비라는 점이 한 몫했다. 나는 당장 그 프로젝트의 수혜인이 될 차코 사람들이 자신들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조차 모른다는 것에 안타까웠다. 콘서트가 열리는 수도는 멀어서 못간다고 쳐도, 수도에서 자신들을 위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 정도는 알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추후 도서관 조성을 하고 운영될 때 분위기가 쉽게 조성이 되어, 프로젝트가 한결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나는 차코 지역을 대상으로 프로젝트 설명 및 콘서트 홍보를 단행하였다. 하지만 게으르고, 체력이 저질인 나에게 있어서 광고 전단지를 뿌리거나, 하나하나 가정 방문을 하여 홍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원샷에 투킬. 아니 원샷에 베리 머치킬을 노릴 수 있는 홍보 수단이 필요했다.
그래서 먼저 찾아간 곳은 이 지역 사람들이 많이 듣는 다는 라디오 방송국. 이 곳에서 홍보가 된다면 많은 사람들에게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ABC Color에 나온 프로젝트 기사를 한 장 인쇄하고, 약속도 없이 라디오 방송국으로 찾아갔다. 그리곤 방송국에서 누군지도 모르는 한명을 무작정 세워놓고, 도서관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덧붙여 그 일환으로 진행되는 자선 콘서트를 홍보를 하고 싶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내 말을 조용히 경청하던 그녀는, 다행스럽게도 그 곳 비서였고, 갑작스럽게 들어닥친 불청객의 의견에 호의적으로 반응해주었다. 그녀는 곧장 나에게 책임자를 소개시켜주었다. 그리고 여러번의 조정 끝에 라디오 방송국 측으로 부터 일주일에 3~4번씩 콘서트가 시작되는 날까지 ABC color기사를 읽어주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었다.
긴가민가하면서 무작정 찾아간 곳에서 이루어 낸 예상치 못한 성공에, 자신감이 한껏 고양된 나는 이 기세를 몰아 티비방송국으로 향했다. 그래서 찾아 간 곳이 차코 유일 방송국 차코TV. 차코지역방송국으로 차코 지역 이곳저곳의 뉴스와 다큐멘터리 방송을 하는 곳이었다. 티비 방송에는 홍보 영상이 필요할 터, 나는 애경 누나가 저번에 콘서트 홍보차 만든 동영상을 담은 USB를 한 손에 들고, 기세등등하게 차코티비의 문을 열었다. 잘되는 놈은 엎어져도 떡함지라고 했던가? 차코티비 안으로 들어서니 안면이 있는 몇몇 사람들이 보였다. 저번에 우리 학교에 시청 교육 사업 촬영 차 온 사람들이었다. 그 사람들은 나를 반갑게 맞이하며 근황을 물었고 나 또한 반가운 마음에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었다.
왠지 여기서도 일이 잘 풀릴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될 놈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 중에서 취재를 담당하던 기자 친구에게 도서관 프로젝트와 콘서트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그 친구는 프로젝트의 취지에 굉장히 공감을 하면서도 무료 홍보에 대해서는 난색을 표시하였다.
' Joan 티비에서 광고를 하려면 돈을 내야해, 그게 아무리 공익성이 강한 광고라고 해도 말야.'
- 그래도 어떻게 안될까? 돈을 벌겠다는 것도 아니고, 여기 지역을 위해서 프로젝트를 하는건데.
' 사장님께 부탁드려보는 수밖에 없겠어. 근데 될 것이라고 확답을 줄 순 없어.'
- 1분 내외의 동영상이야. 동영상을 만들 필요도 없어. 이거 그냥 잠깐 잠깐씩 내보내주기만 하면 되는데...
나는 마음맞는 이들에서 만든 동영상을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 친구는 그래도 일정 금액을 지불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대답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하긴 무료로 광고를 보내는 건 그녀의 권한 밖의 일이겠지.... 조금은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지나가던 카메라맨 친구가 나에게 뜻밖의 제안을 하나 했다.
' 네가 직접 출연해서 인터뷰를 통해 홍보하는 거라면 공짜야. 이건 뉴스로 사용되는 것이니 사람들도 많이 볼 것이고. '
- 티비 출연???
티비 출연이라니....생각해본적도 없었다. 거기다 뉴스 인터뷰라니.. 이 어버버한 스페인어로 무슨 뉴스 인터뷰를 한단 말인가. 홍보하려다가 코미디를 찍을 판이다. 생각해 볼 필요도 없었다. 나는 한사코 거절했다. 하지만 티비 광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너무나도 달콤할 것이었다. 이대로 공짜 광고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그냥 놓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나는 협상을 시도했다.
- 내 이 부실한 스페인어로 무슨 인터뷰를 해. 그냥 내가 인터뷰 내용을 써줄 테니 네가 알아서 어떻게 읽어주기만 하면 안될까? 그것도 뉴스가 될텐데. 사진은 얼마든지 찍어도 돼!!
' 안돼, 뉴스용이잖아 인터뷰가 필요해. 그리고 너 정도 스페인어면 충분해! 한번 해보자! '
해보자는 제안과 못하겠다는 거절의 실랑이가 계속되고, 누가 무엇을 위해서 여기 왔을까가 모호해지던 순간이었다. 돌아갈까? 진지하게 고민하던 찰나, 버벅될 때마다 잘 편집해주겠다는 카메라 감독 친구의 말은 왠지 그럴싸해 보였다. 나는 마지못해 승락하였다. 극적인 협상 타결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인터뷰가 즉각적으로 이루어졌다. 대본따윈 없었다. 그냥 하는거다.
' 누구시죠? 간단한 소개 부탁합니다.'
- 네 Joan Park 이라고 합니다. 필라델피아의 아미스닫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 아순시온에서 12월 21일에 자선음악회가 열린다면서요? 어떤 취지로 열리는 것이죠? '
- 네, 한국의 청년 자원봉사자들의 모임인 마음맞는 이들이라는 단체가 있는데요. 그 단체에서 이 곳 차코를 위해 마을 도서관 조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그 조성금을 모으기 위해 진행하는 것입니다.
'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요? '
- 차코는 교육적 서비스가 많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그 서비스라는 것이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지 않으면 제공되기 힘들지요. 특히 교육적 인프라라는 것은 단기간에 조성될 수 없어요. 하지만 책은 못다한 교육적 서비스를 보충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도서관 조성을 생각하게 되었어요.
처음 카메라가 돌아가고 큐라는 싸인이 떨어지자 손에서는 진땀이, 머리는 새하야졌다. 내 생애 첫 티비 단독 인터뷰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이 어버버한 스페인어로... 그러나 막상 인터뷰가 시작되니, 따스한 조명의 편안한 분위기 때문일까? 진행자가 내 의견에 하나하나 공감한다며 부단히 아래위로 흔들어주는 고개짓 때문일까? 이야기가 술술 나왔다.
물론 문법도, 단어도, 악센트도 엉망인 나의 이상한 스페인어에 진행자도 당황하여 다시 한번 정확한 설명을 요구하기도 하고, 생각보다 많은 긴장을 했던 나로 인해 NG도 몇번 났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진행자가 농담을 하며 긴장을 풀어주기도 하고, 여러 스텝들이 손가락을 치켜 세우주며 응원해주었다. 덕분에 촬영은 화기애애하게 마무리 되었다.
' Joan 잘했어. 방송은 당장 내일 저녁에 나갈꺼야.'
- 고마워 잘 부탁해. 내가 멋지게 나올 수 있도록 잘 편집해줘....
' 맡겨만 줘! '
그렇게 나의 첫 티비 출연 끝이 났고, 나의 맹함을 만천하에 드러낸 그 인터뷰 영상은 다음 날 가장 핫 한 8시 뉴스로 방영되었다.
아흑, 다음에는 멋진 모습으로 티비에 나오고 싶다.
< 티비 인터뷰 모습,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깜깜한 절망 속에서 울고 있었다.>